대명에너지가 상장을 전격 철회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대명에너지가 상장을 전격 철회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 신재생에너지업체이자 알짜라는 평가 및 기대 속에 상장을 추진하고 나섰던 대명에너지가 이를 전격 철회했다. 상장을 통해 미래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한편, 갑작스럽게 마주한 상속세 문제도 해결하고자 했던 오너일가 2세 서종현 대표의 계획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 냉담했던 수요예측… 대명에너지, 결국 ‘상장 철회’

지난해부터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나섰던 대명에너지는 지난해 10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데 이어 지난 1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 지난달 23일부터는 이틀에 걸쳐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대명에너지는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추진을 전면 중단했다. 당초 계획대로였다면 3일부터 4일까지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마지막 중요 절차를 앞두고 상장 행보를 멈춘 것이다.

대명에너지는 철회신고서를 통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대표주관회사 및 공동주관회사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대명에너지의 이러한 행보는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은 올해 두 번째 상장 철회 사례라는 점과 여러 배경으로 인해 더욱 눈길을 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사업개발·설계·조달·시공 및 운영관리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인 대명에너지는 해당 분야의 성장세 및 성장 가능성에 기반해 ‘알짜기업’이란 평가와 기대를 받았다. 기업 가치가 4,000억~5,000억원에 이른다는 평가가 나왔고, 대명에너지가 제시한 희망공모가에 따른 시가총액 규모도 4,443억~5,153억원이었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대명에너지는 현대엔지니어링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차가운 반응을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엔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증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심리 또한 자연스레 급격히 얼어붙은 것이다. 

이는 상장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기업들, 특히 중견·중소기업들이 피하기 힘든 ‘거품 논란’에 있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명에너지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한 자릿수의 저조한 수준에 그쳤고 희망 공모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기관 또한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3일 유튜브를 통한 기업설명회를 진행 중인 서종현 대명에너지 대표(오른쪽 아래). /IRTV 유튜브 갈무리
지난달 23일 유튜브를 통한 기업설명회를 진행 중인 서종현 대명에너지 대표(오른쪽 아래). /IRTV 유튜브 갈무리

◇ 급작스러운 상속 변수… 서종현 대표 향후 행보 주목

또 하나의 주요 배경으로는 상장 방식이 꼽힌다. 대명에너지는 이번 상장을 통해 총 450만주를 공모해 1,125억~1,305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중 신주모집은 277만주였고, 구주매출이 173만주로 38%를 차지했다. 구주매출이란 기존 주주들이 보유 중이던 주식을 판매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비중이 높을 경우 대체로 상장 흥행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곤 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대명에너지가 이 같은 상장 방식을 들고 나온 데에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대명에너지가 지난해 물밑에서 상장을 준비하기 시작한 이후 창업주 고(故) 서기섭 회장이 급작스럽게 별세한 것이다. 이에 그의 장남인 서종현 대명에너지 대표는 지난해 10월 부친이 보유 중이던 대명에너지 지분 15%를 상속받았다.

1985년생으로 아직 30대인 서종현 대표는 20대 시절이던 2014년 대명에너지에 전무로 입사했으며, 2016년 대표이사에 올라 현재도 대명에너지를 이끌고 있다. 또한 서종현 대표는 2014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대명에너지 지분 32%를 취득한데 이어, 2018년 4월엔 동생 지분 11%를 증여받아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대명에너지가 상장해 상장차익이 발생할 경우 서종현 대표는 추가 증여세 부담을 마주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9월 보유 중이던 지분 중 일부를 처분해 427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됐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상속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말았다. 상속 받은 15%의 지분을 대명에너지가 제시한 희망공모가에 대입해보면, 그 규모는 563억~653억원에 달한다. 대략 300억원 이상의 상속세 부담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결국 대명에너지는 상장 방식에 있어 구주매출 비중을 높이는 방법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주매출 173만주 중 서종현 대표가 내놓은 것은 105만주였다. 마찬가지로 이를 대명에너지가 제시한 희망공모가에 대입해보면, 263억~305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예상되는 상속세와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상장 추진이 무산되면서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상속세 문제도 털어내고자 했던 서종현 대표의 계획 또한 물거품이 됐다. 

대명에너지는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 중 500억원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사업 SPC 지분 및 신재생에너지 O&M사 지분 취득에 투입해 초기 사업권 확보와 향후 해상풍력 O&M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다.

이번에 털어내지 못한 증여세 및 상속세 문제가 향후 까다로운 숙제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장 추진이 무산되면서 서종현 대표는 상장차익과 관련된 막대한 증여세 및 상속세 부담으로부터 당장은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다만, 향후 상장을 재추진하게 될 경우 지금보다 더 큰 부담을 마주하게 될 여지가 남아있다. 

대명에너지와 업계의 성장성 등을 감안했을 때 상장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기 어려운 만큼, 이번 실패가 향후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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