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부진 지속, 내수 3·4등 다 내줘
단종설 도는 SM6·말리부… 기약 없는 신차, 수입차와 대비
HEV 모델도 無… 한국지엠 EV 집중, 르노삼성 XM3 HEV 감감무소식

SM6와 말리부가 나란히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이 지난해 결산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수입차에게 안방을 내주는 신세를 맞았다. 각 사의 중형 세단인 SM6와 말리부도 나란히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쉐보레)의 입지가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다. 두 브랜드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판매대수가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보다 저조한 성적을 받아들면서 내수 시장 3·4위 자리를 내주는 상황을 겪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의 저조한 성적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점은 빈약한 라인업이다. 지난해에도 꾸준히 문제로 거론된 부분이지만, 양사는 느긋한 모습이다. 결국 해가 바뀌고 1월과 2월 판매 성적에서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안방을 내주는 상황에 처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올해 1월과 2월 르노삼성 및 한국지엠의 누적 판매 성적표는 각각 8,195대, 3,790대다. 동 기간 BMW는 1만1,206대, 메르세데스-벤츠는 9,375대 판매를 기록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국산차’라는 타이틀과 국내에서 공장을 가동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이점을 지녔음에도 특정 수입차 브랜드에 뒤처지고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국내 완성차 모델 중 지난해 수출 대수 2위에 올랐다. / 한국지엠
한국지엠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올해 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 한국지엠

특히 한국지엠은 쉐보레 카마로SS와 콜로라도 2개 모델을 제외한 7개 모델이 모두 하락세를 맞아 지난 두 달 간 3,790대 판매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판매대수가 66.2% 급감하는 사태에 내몰렸다. 단순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로 인한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난 두 달 한국지엠이 생산해 수출한 누적 물량이 3만1,972대에 달한다. 이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39.9% 줄어들긴 했지만, 내수 판매 실적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물량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 차량의 인기가 준수한 편으로 볼 수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쉐보레 차량을 외면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입 판매 모델을 제외하고 현재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차량은 △트레일블레이저(부평1공장) △말리부·트랙스(부평2공장) △스파크(창원공장) 등 4개 모델이다.

해당 모델의 지난 2개월 개별 판매대수는 △트레일블레이저 1,750대(-29.3%) △말리부 266대(-54.8%) △트랙스 267대(-61.1%) △스파크 645대(-84.0%) 등이다. 지난해는 스파크와 트레일블레이저가 고군분투해 1∼2월 기간 동안 1만1,203대 판매를 기록했었지만, 올해는 두 모델 모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인기가 식은 모습이다.

르노삼성은 그나마 중형 SUV QM6(5,007대)와 준중형 크로스오버 XM3(2,480대)의 선전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대수가 10.2%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 위안이 된다.

하지만 중형 세단 모델인 SM6의 판매 실적이 도무지 개선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SM6는 지난 두 달 간 407대 판매에 그쳤다. 동 기간 동급 모델인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기아 K5는 각각 6,212대, 5,904대가 판매됐다. 경쟁 모델 판매 실적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쉐보레 말리부도 똑같은 처지다.

르노삼성자동차가 2012년 이후 8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르노삼성 SM6 모델이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단종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 뉴시스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말리부의 부진은 5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 르노삼성 SM6는 출시 첫해 신차 효과를 등에 업고 연간 판매 5만7,478대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쉐보레 말리부도 같은 해 9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인 당시 3만6,658대 판매를 달성하며 한국지엠의 실적을 견인했다.

그러나 두 모델 모두 2017년부터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20년에는 연간 판매 1만대 벽이 무너지고, 결국 월 평균 판매 대수가 200여대 내외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기간 SM6와 말리부의 공통점은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만 거쳐 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의 풀 모델 체인지(풀체인지) 기간을 5∼6년 정도로 짧게 두면서 적극적인 신차 개발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SM6와 말리부는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SM6와 말리부에 대해서는 단종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다만, 단종설과 관련해서는 양사 관계자 모두 “확정된 바 없으며, 이와 관련해서는 전해 줄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이 신차 투입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르노삼성은 △QM6 △XM3 △SM6 △전기차 르노 조에 △상용차 마스터 △경형 전기차 트위지 등 라인업이 6종에 불과하다. 한국지엠도 앞서 설명한 국산차 라인업인 4종과 수입 판매하는 △트래버스 △콜로라도 △볼트(EV·EUV) △카마로SS 등 8종이다.

반면 내수 시장 3위를 꿰차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각 브랜드 내에서 특정 모델의 파생형까지 세부적으로 집계할 시 라인업이 각각 30여종에 달하며, 매년 신차 출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두 수입차 브랜드는 올해도 각각 5종, 6종의 신차를 출시한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이 수입차 브랜드 대비 라인업이 빈약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의 공통점으로는 하이브리드(HEV) 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국내 시장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 / 한국지엠, 르노삼성

한국지엠은 한때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한 바 있으나, 글로벌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 차원에서 하이브리드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전기차(EV) 개발에 몰두하면서 라인업을 조정해 현재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단계에 내연기관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미디어 간담회에서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이 “2025년까지 전기차 10종을 국내에 출시할 것”이라고 선언한 점이 다행스러운 점이다. 이와 함께 올해는 타호와 GMC 씨에라1500 모델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창원공장에서 차세대 글로벌 신차를 생산해 국내에도 판매를 할 계획이라 올해만 버틴다면 내년부터는 신차 공급이 원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부터 국내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지만, 여전히 결과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르노삼성의 첫 하이브리드 모델은 XM3 HEV가 유력한데, 해당 모델은 현재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만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XM3 HEV는 올해 하반기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지만, 아직까지 자동차배출가스 및 소음인증도 받지 않았다. 수입차 브랜드는 신차 출시 반년 전쯤부터 배출가스·소음인증을 마무리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르노삼성은 XM3 HEV 외에 2024년에 중국 지리자동차와 합작한 친환경 모델을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그 사이 2022년과 2023년 신차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모두에게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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