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의 운영사인 컬리의 기업공개(IPO) 추진 일정이 늦춰질 전망이다. 당초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최근까지도 상장예비 심사청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목표대로 일정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마켓컬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마켓컬리의 운영사인 컬리의 기업공개(IPO) 추진 일정이 늦춰질 전망이다. 당초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최근까지도 상장예비 심사청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목표대로 일정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상반기 추진 목표 불발 전망… 증시 침체 속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컬리

증권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까지도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컬리가 올해 상반기 상장 목표를 밝혀왔던 만큼 1월~2월 사이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점쳐왔다.

통상 기업의 상장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후 실제 상장까지 평균 4개월, 늦으면 6개월까지 걸린다. 이에 업계에선 늦어도 2월 중에는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해야 6월 내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컬리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상반기 상장 목표는 무산 가능성이 커졌다. 

컬리의 상장 추진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배경엔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은 악화된 증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의 통화 긴축기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가 부각된 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일 코스피는 2,600선까지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651.31) 대비 28.91포인트(1.09%) 내린 2,622.4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로 미국 등 해외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이처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기업공개(IPO) 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로 상장 일정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기업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의약연구소, 파인메딕스, 미코세라믹스, 퓨처메디신 등은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했다. 여기에 이달 초 대명에너지는 수요예측 진행한 후 IPO를 철회했다. 이에 대해 대명에너지 측은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컬리 역시 이러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상장 추진 일정에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거래소의 깐깐한 심사 기조도 컬리의 상장 추진 행보를 더디게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컬리는 ‘K-유니콘’ 요건을 통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의 상장 활성화를 위해 코스피 시가총액 단독요건(1조원) 신설했다. 이에 적자기업도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이면 코스피 상장 도전이 가능해졌다.

컬리는 국내 새벽배송시장을 주도하면서 최근 몇 년간 높은 성장세를 보여온 곳이다. 2018년 1,571억원 가량이던 컬리의 매출액은 2020년 9,531억으로 9배 가량 성장했다. 다만 매출 급증과 더불어 영업 손실도 크게 불어났다. 2018년 337억원 수준이던 영업적자는 2020년 1,162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역시 대규모 적자는 이어졌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업계에선 거래소가 컬리의 재무상황에 대해 보다 꼼꼼히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거래소가 상장 예심 청구 전 사전 협의에서 재무 상황과 관련해 컬리에 보완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다.

아울러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 문제도 상장 추진 과정에 걸림돌로 거론된다. 2020년 말 기준 김 대표의 지분율은 6.67%다. 컬리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의 지분율은 하락해왔다. 지난해에도 변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소는 상장 후 재무적 투자자들이 지분을 팔고 나가게 될 경우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거래소는 김 대표와 주요 주주에 지분율의 의결권 공동 행사와 매각 제한 약정 체결을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업계에선 컬리가 주주들로부터 관련 동의를 얻어내는데 난항을 겪으면서 상장 추진도 미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컬리 측은 “차근차근 상장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물리적인 소요 시간을 감안하면 상반기 내 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컬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증시 상황이 안 좋다”며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일정을 크게 늦출 계획은 아니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준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니콘 요건으로 상장이 추진되는 첫 사례다보니 거래소와 조율할 것이 조금 많은데, 차근차근 준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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