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승리로 끝난 20대 대선에서 꼽을 수 있는 화두는 ‘이대남’이었다. 통상적으로 20대 표심은 정치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기자 역시 그런 현실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고 ‘이대남’만 주목했다. 아마 온라인에서 가장 목소리를 크게 낸 이들이 그들이라 눈길을 끌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 목소리에 주목한 사람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였다. 

이번 대선에서 이 대표는 ‘세대포위론’이라는 그럴듯한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혐오에 기대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젠더갈등이 격화되는 것은 사회가 평등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임을 인정하고,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치권에서 청년층을 ‘갈라치기’ 한 셈이다. 이는 정치권에서 청년층을 이용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대표는 선거 직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각종 조사에서 여성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며 “(여성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라는 게 온라인에서는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투표 성향으로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순히 선거 판세에 대한 해설일 수 있으나, ‘여성 유권자들은 온라인에서만 소란스럽지 정작 투표는 안 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모욕으로 느껴졌다. 

결국 대선이 초박빙의 승부로 끝나자 이 대표의 전략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 20~50대 여성들이 합심해 국민의힘 심판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20대 남성 중 36.3%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혐오에 편승하지 않고 전략적 연대를 한 셈이다. 

그러나 기자는 묻고 싶다. 이 대표의 갈라치기 전략에 기대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를 페이스북에 게시한 사람은 누구인가. 언론사와 시민단체가 질의한 성평등 공약에 답변을 거부한 사람은 누구였으며, ‘90년생 페미니스트’라며 신지예 씨를 영입해놓고 ‘이대남’ 지지율이 출렁이자 자진사퇴시킨 사람은 누구였나. 전략을 적극 받아들인 이들은 왜 숨어 있는가. 

또 일부 온라인 상의 ‘이대남’ 목소리가 과대표될 때, 여성의 목소리가 지워졌을 때 언론이 이에 동조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미디어에 혐오가 가득할 동안, 이에 동조하지 않는 남성의 목소리 역시 지워졌다. 선거전 막판에 온라인상에서 ‘1번남’(1번 후보를 찍는 남자)과 ‘2번남’(2번 후보를 찍는 남자)이라는 용어가 자발적으로 등장했고, ‘1번남’들이 이에 적극 호응했다. 20대 남성 중 소위 ‘1번남’들 역시 ‘이대남’이라는 프레임에 지쳐있었던 게 아닐까.

선거가 끝나고 혐오 전략을 가장 먼저 꺼낸 이 대표에게 비판이 향하고 있다. 당연히 혐오 전략을 집어든 이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그 전략을 적극 수용했던 후보 및 선대위, 이를 확대재생산한 미디어도 책임을 통감해야한다. 설령, 여성들의 전략적 연대가 드러나지 않았어도 혐오 전략은 비판을 받아 마땅했다. 누군가를 향한 혐오에 기대 정치하는 것은 손쉽다. 하지만 혐오로 한 세대를 갈라놓았던 상흔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모두 그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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