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3회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

시사위크|수원=박설민 기자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이목이 삼성전자의 ‘제53회 정기 주주총회’로 쏠렸다. 특히 올해는 삼성전자의 주주 숫자가 약 504만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면서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주총회 현장을 방문해 투자자들의 의견과 삼성전자 측의 향후 사업 방향을 살펴봤다.

◇ GOS사태로 긴장된 분위기서 시작된 주총… 한종희 회장 고개 숙여 사과

16일 삼성전자 53회 주주총회가 열리는 수원컨벤션센터의 분위기는 다소 ‘긴장된’ 느낌을 줬다. 최근 여러 악재들이 있었던 만큼 주주와 삼성전자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제로 오전 8시 30분쯤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여든 투자자들은 회의장에 입장하기 전 삼삼오오 모여 ‘GOS’나 ‘노태문’, ‘보안 문제’ 등 삼성전자 입장에선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6일 방문한 수원컨벤션센터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의 모습. 주주총회 시작 30분 전인 오전 8시 30분경이 되자 많은 주주들이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원=박설민 기자

잠시 후 오전 9시경 삼성전자의 주주총회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GOS사태와 관련한 주주들의 질타가 쏟아져 나왔다. GOS사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제품군에 자사의 기본 탑재앱인 ‘GOS(Game Optimizing Service)’이 기기의 성능을 제한시키면서 벤치마킹앱에서는 정상 성능인 것처럼 눈속임을 했다는 의혹이다.

한 투자자는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GOS사태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주주들과 고객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한종희 부회장은 “GOS논란으로 주주분들과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객 여러분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 “GOS는 고사양 게임들의 특성을 반영해 스마트폰 성능을 최적화하고자 기획했었다”며 “다만 처음부터 최상의 성능을 원한다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많아 이를 반영해 사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다. 앞으로 고객들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 투자자는 GOS가 원래 스마트폰 발열 등 안전 문제 예방을 위해 마련됐는데, 성능 제한을 풀 경우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종희 부회장은 “성능 제한을 풀더라도 온도 제어 알고리즘으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또한 GOS 사용 단말 정책을 변경하더라도 사용자 안전에는 문제가 없도록 발열 방지 기능은 지속 적용된다”고 해명했다.

이날 53기 주주총회에서는 GOS사태와 관련한 주주들의 질타가 쏟아져 나왔다. 이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고객과 주주들에게 송구하다며 고개숙여 사과했다./ 삼성전자

◇ GOS사태로 위기 맞았던 노태문, 98% 찬성으로 선임

GOS사태 논란으로 싸늘했던 주주총회 회의장 분위기는 잠시 후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 관련 회의가 시작되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번 GOS사태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받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 시작되면서다.

삼성전자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010년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하고, 2018년 이후에는 폴더블폰의 대중화 성공하는 등 사내에서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GOS사태와 삼성 갤럭시 소스코드 해킹사건, 지나친 원가 절감으로 인한 브랜드 가치 저하, 사내 임직원과의 소통 부족 등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평가가 바닥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도 몇몇 투자자들은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MZ세대’로 보이는 20·30세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노태문 삼성전자 부사장의 GOS사태 책임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오고 갔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GOS사태와 삼성 갤럭시 소스코드 해킹사건, 지나친 원가 절감으로 인한 브랜드 가치 저하로 평가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폴더블폰, 웨어러블 기기의 대중화 성공 등의 실적에 주주들  97.96%는 노태문 사장의 선임의 건을 찬성했다./ 삼성전자

한 30대 투자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대내외적 브랜드 신용을 바닥까지 떨어뜨린 GOS사태에 대해 노태문 사장의 해명은 삼성전자 팬들에게 합리적인 납득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GOS사태 이전에도 불안정한 행보를 보인 만큼 현재 진행되는 하드웨어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강하기 질책했다.

또 다른 젊은 세대 투자자 역시 “원가 절감을 통한 이득 확보는 사업에서 분명 중요한 가치이지만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점을 고려한다면 노태문 사장이 추진했던 원가 절감 전략 역시 적당한 선을 지킬 필요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노태문 사장이 최근 들어 실책이 다수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폴더블폰의 대중화, 갤럭시 워치와 갤럭시 버즈 시리즈의 흥행 성공 등의 실적도 분명히 있는 만큼, 이를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투자자들의 의견도 만만찮았다.

주주총회에 참가한 투자자 중 한 명은 “정확한 내용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최근 노태문 사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그러나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실도 있고 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적이 많으면 그 실적을 더 높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노태문 사장의 선임을 옹호했다.

주주총회 투표 결과 역시 노태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면서 ‘미워도 다시 한 번’으로 결론이 났다. 노태문 사장의 선임의 건인 제 2-2-2호 안건은 표결 결과, 출석한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 44억329만6,612주 중 찬성 주식수는 43억1,360만2,631주로 97.96%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노태문 사장은 사내에서 기술리더십을 갖춘 모바일 사업 전문가로서 갤럭시S 및 폴더블폰, 웨어러블, PC개발과 성공을 이끌어 2014년 이후 최고의 실적을 만들어낸 뛰어난 경영자”라고 노태문 사장을 옹호했다.

그러면서 “5G, AI 등을 융합한 모바일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이며 MX사업부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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