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간을 떠들썩하게, 그리고 분개하게 만들었던 ‘정인이 사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을 되살리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입양된 아이가 잔혹한 아동학대를 당하다 고작 16개월의 나이에 사망한 이 사건은 당시 우리 사회를 분노와 슬픔에 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이 이후 어떻게 진행됐는지 혹은 결과가 어떻게 났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인이 사건’의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던 양모는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양부는 1·2심 모두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이제 대법원에서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그때의 분노를 돌이켜보면, ‘정인이 사건’을 향한 관심은 너무 차갑게 식은 것 아닌가 싶다. 지난 17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도 ‘정인이 사건’에 대한 엄벌은 물론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정인이 이전엔 서현이가 있었다. 8살 서현이는 2013년 10월 계모에게 무자비하게 맞아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욕조에서 숨을 거뒀다. 이 사건 역시 당시 엄청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하지만 뜨거웠던 분노는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버렸고, 7년 뒤 우리는 정인이를 똑같이 떠나보내고 똑같이 분노했다. 서현이와 정인이 사이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 등 피해를 당했다.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아동학대 사건이 이렇게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피해당사자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과 개선을 촉구하고, 공론화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호자인 어른들이 나서야 하는데, 직접적인 당사자 혹은 이해관계자가 아니다보니 동력이 떨어진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어른들의 꾸준하고 장기적인 관심이 필수적이지만, 일시적 분노에 그치다보니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인이 사건’으로 분노하고 슬퍼했던 사람이라면, 관심을 놓지 않도록 각성해야 한다. 가해자가 죗값을 제대로 치르는지, 제도 및 시스템 개선이 확실하게 이뤄지는지,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해서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서현이와 정인이, 그리고 수많은 아동학대 피해아동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미안함을 전할 수 있는 길이다. 또한, 또 다시 잔혹한 사건을 마주하며 분노와 슬픔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길이다.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20년 10월이다. 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지 이제 겨우 17개월 지난 것이다. 돌이켜보면 무척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정인이는 그 짧은 16개월의 생을 살고 떠났다. 관심이 식어버리기엔, 잊어버리기엔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더 이상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아마 모두가 공감할 바람일 것이다. 그 바람은 누가 이뤄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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