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길어지면서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App)’의 이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IT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이것이 디지털 시장의 새로운 핵심 사업군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이질 않고 있다. 19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3만명을 돌파하고 있으며, 사망자 수 역시 300여명을 넘을 만큼 상황이 좋지 못해 자칫 ‘의료 붕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의료 현장에서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App)’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추세다. 개개인을 의사들이 대면 치료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들고, 경증 환자 등 비집중 관리군에 대해서는 간단한 약처방 등은 앱을 통해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용량 급증한 비대면 의료앱… IT기기와 연동 등 시장 가능성 높아

실제로 오미크론 발 코로나19 확산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올해 2~3월에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의 이용량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앱·리테일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15일 발표한 ‘한국인이 최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서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사용자는 57만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에는 전달 대비 161% 상승한 150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만 10세 이상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가 약 4,942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2월 한달 동안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3%가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관련 수치는 향후 코로나19의 확산세와 맞물리며 지속적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망했다.

앱·리테일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서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사용자는 57만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에는 전달 대비 161% 상승한 150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IT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이것이 디지털 시장의 새로운 핵심 사업군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 자체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술들과의 연동이 가능해 시장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디지털 의료 서비스 앱을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실제로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매해 30%의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25년에는 5,044억 달러(한화 약 60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짐에 따라 해외 IT강국들 역시 이미 관련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상용화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인 리봉고 헬스(Livongo Health)의 모바일 당뇨 관리앱이다. 리봉고 헬스는 모바일앱 기반의 재택 당뇨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33만명의 사용자들에게 제공했으며, 약 22%의 의료비 감소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성공을 통해 리봉고 헬스는 지난 2020년 세계 최대 원격의료 서비스 회사인 텔라닥(Teladoc)과 185억달러(한화 21조8,800억원)에 인수됐다. 또한 리봉고 헬스를 인수한 텔라닥은 8일 세계 최대의 IT플랫폼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과 손잡고 인공지능(AI)비서 알렉사를 통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 시장 성장이 자칫 의료 서비스의 질을 낮출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실제 의사에게 받는 대면 진료와 비대면 앱을 통한 진료를 받는 것은 의료의 질적으로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

◇ 의료계, “비대면 의료와 대면 진료 질적 차이 커”… 약물 오남용 문제도 해결해야

다만 의학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 시장 성장이 자칫 의료 서비스의 질을 낮출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실제 의사에게 받는 대면 진료와 비대면 앱을 통한 진료를 받는 것은 의료의 질적으로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로 구성된 보건의약 3개 단체도 지난해 10월 25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보건의약단체는 비대면 진료, 웨어러블 등을 이용한 환자의 자가정보 전송과 전화처방, 의약품 배달 등 소위 원격의료 현안과 관련해 단순히 편의성 향상을 목적으로 ‘환자 대면원칙’을 훼손해선 안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코로나19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의료진들 역시 비대면 의료앱 사용이 급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입장이다. 환자들이 앱을 통해 증상에 대해 알려준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일반인 인만큼 정확도가 떨어질뿐더러, 이를 바탕으로 약 처방을 지시할 경우 약의 오남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의 경우 약물 오남용 문제가 일반 진료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에서 졸피뎀(불면증 치료용 약물) 처방 비중이 대면 진료보다 2.3배 높았으며, 마약류는 1.7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비대면 의료앱 시장 성장의 걸림돌에는 약물 오남용 문제도 하나로 꼽힌다. 비대면 진료의 경우 약물 오남용 문제가 일반 진료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Gettyimagesbank

의료진뿐만 아니라 원격진료를 받은 코로나19 확진자들 역시 정부가 제공하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 앱들의 정확도와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K씨(60·여)는 자녀 P씨(35·여)와 함께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K씨의 경우 60대 이상으로 집중관리군에 해당했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비대면 진료 앱을 스마트폰으로 설치해 비대면 진료를 받고자 했다.

하지만 앱을 통해 증상을 입력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의사와 간신히 통화가 됐을 뿐만 아니라 K씨가 받을 수 있는 조치는 그저 약 처방전을 받고 근처 약국으로가 약을 타는 것이 전부였다고. 심지어 증세가 거의 완화된 확진 4일차가 넘어서야 뒤늦게 산소포화측정계 등을 송부 받았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맞춰 한시적으로 비대면 의료에 대한 협회 측 입장을 완화하고는 있으나, 원격의료 및 비대면 의료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우려하고 있는 비대면 의료의 문제점들이 오히려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택 치료같은 경우에도 환자들이 불안해하고 의료 서비스 질에 신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대면 진료소를 다시 선정하고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인 부분에서 사용하는 것은 의료계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산업적 측면만을 고려해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지금처럼 비대면 진료를 강하게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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