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마련된 사저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24일 퇴원을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농단 수사’라는 ‘악연’으로 얽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향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이같은 경색 국면을 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은 24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했다. 지난해 특별사면 및 복권된 후 박 전 대통령은 치료에 전념해 왔다. 5년 만에 직접 국민들 앞에 나선 박 전 대통령은 “많이 염려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병원을 떠나서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 내외 묘역이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이후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사저로 향했다. 처음 정치를 시작하고, 지역구로서 4선을 거친 ‘마음의 고향’인 이곳을 선택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4년 전 이곳 달성에 왔을 때부터 처음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여러분”이라며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곳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이라고도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와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별다른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극히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사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강이 100% 완치돼서 퇴원하신 것이 아니고 통원치료가 가능할 정도가 되니 퇴원을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기보다는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언제든지 정치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에서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나아가 대한민국에 발전을 기여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며 향후 모종의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치적 상징성을 갖고 있는 만큼 간접적인 움직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박근혜 찾아뵙겠다는 윤석열

곧장 정치권의 시선은 윤 당선인으로 쏠린다. 윤 당선인이 지난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악연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에 입당을 하고, 보수 정당 후보로 당선이 되는 과정 속에서도 여전히 윤 당선인의 ‘손톱 밑 가시’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당장 박 전 대통령의 손을 잡으면서 새 정부의 국정 동력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중이 깃들어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이 배출한 박 전 대통령께서 다행히도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하시고 사저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시게 되셨다″며 ″앞으로 박 전 대통령의 명예가 꾸준히 회복되기를 저는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는 5월 10일 윤 당선인의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당연한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초청하는 게 마땅하다는 판단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윤 당선인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래 전직 대통령들이 오시게 돼 있지 않느냐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만남도 계획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 마련된 ‘프레스 다방’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저로 가셨다고 하니 건강을 살펴 괜찮으면 찾아뵐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후 늦게 입장문을 통해 ″건강이 하락하신다면 다음주라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뜻을 서일준 실장을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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