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남선알미늄을 향해 공개서한을 발송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남선알미늄 홈페이지
국민연금이 남선알미늄을 향해 공개서한을 발송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남선알미늄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민연금이 SM그룹의 상장계열사인 남선알미늄을 향해 이례적인 요청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가 강조되고 있는 흐름 속에 남선알미늄이 까다로운 숙제를 마주하게 된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4일 장규한 남선알미늄 대표이사 앞으로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제목은 ‘배당정책 관련 질의 및 면담 요청’이다.

해당 서한에서 국민연금은 “귀사가 합리적인 배당정책을 수립하지 않아 비공개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등 개선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귀사의 입장 표명, 현황 파악을 위한 자료·정보, 귀사의 조치사항 및 개선대책 등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이 같은 사항에 대한 근거자료와 함께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경영진 및 사외이사와의 비공개 면담을 요청했으며, 회신 기한은 오는 31일로 못박았다.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을 향해 공개서한을 발송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2018년 6월, 당시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둘러싸고 불거진 무성한 잡음과 관련해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발송한 것이 최초였다. 남선알미늄에 대한 이번 공개서한은 두 번째에 해당한다. 이는 국민연금이 남선알미늄의 실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국민연금은 남선알미늄의 배당정책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을 뿐 아니라, 면담을 수차례 거부한 점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향후 더욱 강도 높은 공세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이 보유 중인 남선알미늄 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월 남선알미늄 지분이 처음으로 5%를 넘기면서 이를 공시한 바 있으며, 지난해 4월엔 보유 지분이 6.3%로 확대됐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엔 지분이 5.32%로 감소했다고 공시하며 보유목적 또한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고, 지난해 7월엔 지분이 다시 4.23%로 줄어들며 공시 의무가 없어졌다. 이어 국민연금은 이번 공개서한을 통해 보유 중인 남선알미늄 지분이 0.66%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에게 공개서한을 발송했을 당시 국민연금이 12.45%의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였는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작은 규모다.

다만, 남선알미늄은 최대주주의 지배력 또한 공고하지 않은 편이다. 남선알미늄의 최대주주는 계열사인 삼라인데, 18.03%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특수관계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계열사 등을 포함해 48.19%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는데 이를 대거 처분한 데 따른 것이다. 지분을 5% 이상 보유 중인 주주 또한 없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은 80%에 육박하는 79.61%(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직접 보유 중인 지분은 적지만 그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남선알미늄과 SM그룹 입장에선 주주가치 제고라는 까다로운 숙제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국민연금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한편, 남선알미늄은 1996년 이후 단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결산 배당 계획 또한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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