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는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노조의 주주제안으로 이뤄진 김영수 후보 사외이사 선임안은 부결됐다. /KB금융 주주총회 생중계 유튜브 캡처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KB금융그룹의 ‘노조추천사외이사제’ 도입이 불발됐다. 노조가 주주 제안으로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지만 해당 안건은 25일 주총에서 최종 부결됐다. 

KB금융지주는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KB금융지주는 △2021 회계연도 재무제표(연결재무제표 포함) 및 이익배당(안)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등에 의한 주주제안) 의안을 상정했다.  

이날 의안들은 노조의 주주 제안으로 이뤄진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사외이사 선임안을 제외하고 원안대로 통과했다. 김영수 후보 사외이사 선임안건은 찬성률이 5.6%에 그쳐 부결됐다. 안건 통과를 위해선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25%, 출석 주주의 과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로써 노조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시도는 다섯 번째로 불발됐다. 노조는 2018년부터 사외이사 추천 시도를 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바 있다. 올해는 리스크 관리 및 해외 사업 전문가라는 강점을 내세워 김영수 전 부행장을 추천했지만 주주들의 큰 공감을 이끌어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측이 김영수 후보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ISS는 김 후보자의 전문성에 대해 의문을 보내면서 해당 선임안건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또 “노조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KB금융 이사회가 노조 지명 이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KB는 정부 소유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KB는 이 개정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류제강 KB금융 노조협의회 의장은 이날 주총에서 안건 부결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주주제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류 의장은 “이번 주주제안은 노사 간 대립이나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취약한 해외 사업의 리스크 관리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차원인 만큼 취지가 왜곡되길 않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올해 노조의 사외이사 선임 시도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이 결정된 가운데 이뤄져 큰 주목을 받았다. 노조 측은 이 같은 제도 변화에 맞춰 민간 차원에서도 ‘노조추천사외이사제’ 도입이 이뤄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선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다소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 주주는 “공공기관을 통해 노동이사제가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KB금융은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6명의 기존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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