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오양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제기한 차파트너스가 자신들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하는데 성공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사조오양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제기한 차파트너스가 자신들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하는데 성공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사조오양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제기했던 사모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가 뜻 깊은 성과를 냈다. 표대결에서 승리하며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가 선임된 것이다. 소액주주를 향해 굳게 닫혀있던 문이 처음으로 열리면서 사조그룹의 당면과제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 사조산업은 꼼수로 막았지만… 사조오양은 소액주주 승리

사조그룹의 상장계열사 중 하나인 사조오양은 지난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가 제기한 주주제안으로 표대결이 예고된 만큼 많은 주목을 끌었다. (관련기사: 이번엔 사조오양까지… 주주와의 갈등 거듭되는 사조그룹)

차파트너스는 사조오양의 실적 및 성장에 비해 주가나 배당 등 주주가치는 현저히 낮다며 이사회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현금배당 주당 500원(이사회안은 주당 200원) △집중투표제 도입·분기배당 도입·내부거래 승인규정 신설 등 정관 변경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자사주 100억원 매입 △자발적 상장폐지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시했다.

주주총회 결과, 차파트너스는 자신들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하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이사회가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 2명의 선임도 저지시켰다. 모두 이른바 3%룰이 적용되는 안건이다.

최대주주인 사조대림이 60.53%의 지분을 보유 중인 사조오양은 3%룰을 적용할 경우 인정되는 의결권이 전체의 43% 수준이다. 차파트너스는 이 중 12.7%의 지분을 확보했으나 사조오양은 6.1%에 그쳤다. 표대결의 승패가 두 배 차이로 갈린 것이다.

차파트너스의 추천으로 사조오양의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 선임된 인물은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특히 그는 평소 주주가치 보호 및 강화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록 다른 주주제안 안건들은 모두 부결됐지만, 이는 무척 뜻깊은 성과다. 사조오양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에 소액주주 측 인사가 진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소액주주를 대변하고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회사 외부에서만이 아니라 내부에서도 제기될 수 있고, 실제 각종 의사결정에도 반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으며 방어태세를 구축해온 사조그룹의 문이 처음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조그룹은 지난해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이 행동에 나서면서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최대주주 일가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된 흡수합병 추진에 문제를 제기해 이를 저지시켰으며, 이후 소송제기와 임시 주주총회 개최, 주주제안 등으로 거센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주주제안으로는 주진우 회장 등 경영진 해임과 이사 후보 추천, 자사주 소각 등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사조그룹 소액주주연대의 이 같은 공세는 무위에 그쳤다. 사조그룹이 정관 변경을 물론, 지분 쪼개기 등 온갖 꼼수를 동원해 주주제안 안건의 통과를 봉쇄했기 때문이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배당과 관련된 주주제안을 제기했으나 부결됐다.

하지만 사조오양이 소액주주로부터 일격을 당하면서 사조그룹은 주주와의 갈등 해소라는 당면과제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특히 3세 시대로의 전환이 임박한 주지홍 부회장 앞에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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