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의 무역제재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혹독한 한 해’를 겪은 중국의 대표 ICT기업 화웨이가 올해 위기 극복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사업 분야와 R&D 분야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전 세계 중저가 스마트폰·통신장비 시장을 리드했던 중국의 대표 ICT기업 화웨이는 지난해 미국의 무역제재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28일 화웨이가 발표한 2021년 연례 보고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 부문에서 6,369억 위안(한화 약 122조1,31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대비 28% 이상 감소한 매출로, 화웨이의 매출 성장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사업 부문별 매출로 살펴봐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소비자 제품 매출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2,434억 위안(한화 약 46조1,802억원)으로 전년 대비 49.6% 감소했다. 화웨이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었던 이동통신분야 매출 역시 2,815억 위안(한화 약 53조3,808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인들에게 화웨이는 ‘중국 ICT산업의 자존심’이라는 평을 받는 기업이다. 화웨이 역시 올해 위기를 타파할 방안을 찾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과연 화웨이는 과거의 명예를 회복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2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된 ‘2021 화웨이 연례 보고 한국 기자 간담회’에서 칼 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 협력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수많은 시련과 모진 바람 속에서도 소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화웨이는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하여 고객, 산업 및 인류 사회에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수준 높은 생존’을 실현하겠다”며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한국 화웨이

◇ R&D 투자 강화 통한 ‘기술력’ 확보로 승부수 

“수많은 시련과 모진 바람 속에서도 소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화웨이는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하여 고객, 산업 및 인류 사회에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수준 높은 생존’을 실현하겠다.” 

2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된 ‘2021 화웨이 연례 보고 한국 기자 간담회’에서 칼 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 협력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이 같이 말했다.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낸 화웨이가 올해 새롭게 반등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 말이다.

그렇다면 화웨이가 올해 위기 돌파를 위해 집중할 사업 방향은 무엇일까. 칼 송 사장은 올해를 비롯한 향후 화웨이의 사업 전략의 핵심 열쇠를 ‘R&D’ 투자로 꼽았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기술력’의 확보이며, 이를 위해선 뛰어난 연구원들의 연구 실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화웨이는 R&D 투자를 총 매출의 22.4%에 해당하는 224억달러(한화 약 27조771억원)로 늘렸다. 이는 화웨이의 R&D 비용과 비중 모두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글로벌 IT기업들과 비교해도 화웨이가 매우 많은 비용을 R&D 투자에 쏟아부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021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글로벌 IT기업 R&D 투자에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에 이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화웨이의 R&D 투자 강화는 ‘소프트웨어(SW)’ 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면서 가치가 입증됐다. 화웨이에서 자체 개발한 IT기기 운영체제(OS)인 ‘하모니 OS(Harmony OS) 이용자는 지난해 1억1,500만명 증가하며 총 2억2,000만명를 돌파했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도 29일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지난해 화웨이의 사업 분야 중 가장 성공적인 분야는 SW의 ‘선전’으로 지난해 9월 1억명을 넘어섰던 이용자 수와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용자 생태계 확장 중”이라고 평가했다. 

칼 송 화웨이 사장은 “향후 화웨이는 R&D 투자를 계속 늘려 시스템 엔지니어링 혁신을 강화하며 기초 이론, 아키텍처 및 소프트웨어 등 3가지 분야를 재구성할 것”이라며 “MIMO 및 무선 AI와 같은 차세대 이론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샤논의 한계에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R&D 투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칼 송 글로벌 대외 협력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R&D의 전폭적 투자와 함께 화웨이가 위기 돌파의 열쇠로 삼고 있는 것은 ‘친환경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설민 기자

◇ 스마트 태양광·데이터센터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강화

R&D의 전폭적 투자와 함께 화웨이가 위기 돌파의 열쇠로 삼고 있는 것은 ‘친환경 사업’이다. 높은 수준의 친환경 발전 및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을 개발·공급해 현재 전 세계 사업의 핵심 트렌드인 ‘탄소중립’ 부문을 저격한다는 목표다.

실제로 화웨이는 지난해 6월 사내 부서였던 에너지 관련 부서를 분사하고 에너지 전문 자회사 ‘화웨이 디지털 파워’를 설립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화웨이는 △스마트 태양광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업 △스마트 전력 자동차 △통신 기지국 에너지 사업 △복합 스마트 에너지 사업 등  5개 사업 분야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화웨이가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 분야는 ‘태양광’이다. 현재 화웨이는 스마트 태양광 인버터(태양전지 전류 변환 장치)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스트링 인버터(여러 개의 태양광 패널을 한 개의 인버터에 연결해 사용하는 것) 시장 역시 주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2,200억kWh의 청정 전력을 생산했다는 것이 화웨이 측 설명이다.

화웨이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산업 부문에서의 탄소감소를 위한 솔루션들도 개발·제공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ICT기술을 활용해 탄소를 다량 배출하던 전통 산업 분야에서의 탄소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녹색 에너지연구소(GESI)에 따르면 2030년 기준 ICT기술은 타 산업 대비 에너지를 2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칼송 사장은 “현재 글로벌 ICT 영역에서 ICT 기술을 활용한 ‘산업 디지털화’와 ‘저탄소 그린성장’이라는 2가지 트렌드가 존재한다”며 “이 두 가지 트렌드는 글로벌 전역의 도전 과제이며 화웨이는 이에 맞춰 산업 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특히 ICT 산업 자체보다는 타 산업군이 ICT 기술을 통해 탄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말 기준 화웨이는 100개국 이상의 통신 사업자를 지원하고 친환경 사이트 솔루션을 배포했다”며 “이를 통해 전 세계 통신사업자는 약 842억kWh의 전력을 절약하고, 약 4,0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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