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후보가 감사에 선임됐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후보가 감사에 선임됐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행동주의를 마주하는 등 잇단 논란에 휩싸였던 SM엔터테인먼트가 결국 백기를 들고 문을 열었다. 소액주주가 추천한 감사 후보가 압도적 찬성으로 선임되며 완승을 거뒀을 뿐 아니라, 주주 목소리에 귀를 닫았던 SM엔터테인먼트의 행보에도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아온 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그늘에서 벗어나 변화의 시동을 걸지 주목된다.

◇ 소액주주의 뜻 깊은 승리… 변화 약속한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 및 문제제기와 이에 맞선 SM엔터테인먼트의 행보로 비상한 관심을 끈 바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주주가치가 크게 저해되고 있으며, 가장 큰 이유는 앞서도 논란에 휩싸였던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에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크기획은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로,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인세를 받아왔다. 또한 얼라인퍼트너스는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또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감사 후보를 추천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의 행보는 논란을 확산시켰다. 주주총회를 2주 앞둔 시점에 정관 변경 안건 등을 급작스럽게 추가했는데, 그 내용 또한 주주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얼라인파트너스 뿐 아니라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줄줄이 반대 의견을 냈고, 결국 SM엔터테인먼트는 주주총회를 일주일여 앞두고 정관 변경 안건을 철회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이처럼 한 걸음 물러섰지만, 감사 선임이란 중대한 표대결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주주총회를 향한 관심은 식지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8.88%에 그치는데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의결권을 위임받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서 추천한 감사 후보자와 사내이사 후보자가 나란히 자진사퇴한 것이다. 이는 주주제안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 후보는 81%의 높은 찬성률을 바탕으로 선임됐다.

이는 줄곧 주주 목소리를 외면하며 제기되는 문제들을 방치해온 SM엔터테인먼트가 주주에게 백기투항하며 문을 연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주주분들의 뜨거운 지지에 깊이 감사드리면서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에스엠 경영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에스엠에 실질적 변화가 있을수 있도록 끈질기게, 치밀하게 실행해 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또한 “이번 승리는 우리 사회가 함께 지난 수년간 노력해온 자본시장 선진화의 성과”라고 평가하며 국내외 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감사가 선임된 것 뿐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에게 전향적인 태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그간 주주들이 봐왔던 모습과는 달리 올해 주주총회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가 주주들의 의견을 겸허한 자세로 경청하고 또 솔직하게 답변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논란에 휩싸여왔던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뒷짐을 지고 있던 모습에서 큰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그늘에서 벗어나 투명경영을 확립해나가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러한 뜻 깊은 변화에 시장 또한 화답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주주총회가 개최된 지난달 31일과 이튿날인 1일 주가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각각 7.5%, 10.2% 오르는 등 뚜렷한 상승세가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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