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주요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난항을 빚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인선 개입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주요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난항을 빚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인선 개입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정치권의 공세를 받고 있어서다. 국민의 힘과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측은 ‘알박기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청와대는 물론, 이 회장에 대해서도 비판 공세를 높여가고 있다. 

◇ 지방 이전 이슈에 대우조선 대표 인선 개입 논란까지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산업은행(이하 산은) 내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산은 지방 이전’ 추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야권과 인수위 측에서 이동걸 회장을 대상으로 강한 비판 공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인선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박두선 전 조선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신임 대표는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해 선박생산운영담당 상무, 수선사업본부장(전무), 조선소장(부사장)을 거쳐 이번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인수위는 해당 인사를 두고 현 정권이 임기 말 알박기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 신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대학동기로 알려진 인사다. 

원일희 인사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달 31일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국민세금 4조1,000억원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지분 절반을 넘게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공기업”이라며 “금융위가 산업은행에 유관기관에 대한 임기말 인사를 중단해달라는 지침을 두 차례나 보냈고 이런 사실을 인수위는 업무보고를 받았는데도 대우조선해양은 문재인 대통령 동생과 대학동창인 박두선 신임 대표를 선출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형상 민간기업의 이사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는 하나,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자초한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측이 인사 개입 논란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이번 논란은 정권 신구 세력 간의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대우조선해양 대표에 해당 인사가 낙점된 배경에 이동걸 회장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확대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5일 오전 논평을 통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표이사 선임 이사회 일정을 앞당기도록 요구했다고 한다”며 “결국 대선 불과 하루 전날, 박두선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의결됐다. 인사농단 배후에 산업은행이 있었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펼친 대표적 친정권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 회장에 선임될 당시, ‘친정부 논란’에 휘말린 인사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또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노무현 정부 시절엔 대통령직인수위원, 금융감독원 부위원장 등을 역임해 친 여권 인사로 분류됐다. 지난 2020년 9월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책출간 장소에 참석해 “가자, 20년!”이라는 건배사를 했다가 집권 여당의 장기집권을 기원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사기도 했다. 

◇ 이동걸 회장 새 정부 출범 후 물갈이 대상 되나 

다만 이번 인사 개입 논란에 대해 산은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산은 측은 5일 입장문을 통해 “박두선 신임 대표이사 선출을 위한 대우조선 이사회 일정과 후보자 추천 과정에 산은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이 이사회 개최일을 당초 검토한 3월 14일에서 3월 8일로 변경한 것과 관련해 산은은 대우조선에 이사회 일정을 대선 전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자회사 대표 인선을 놓고 잡음이 확산되면서 이 회장의 입장도 난처해지는 모습이다. 관가 안팎에선 기업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 이어 인사 논란까지 더해지자 그의 입지가 불투명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려 했으나 올 초 최종 실패했다. 현대중공업과의 기업결합 심사가 EU(유럽연합)의 반대로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임기 만료까지 1년 5개월의 기간을 남겨뒀지만 향후 거취는 불투명하다는 평이 우세하다. 

통상 정권 교체 시기 주요 공기업 기관장은 교체되는 수순을 밟는다. 이 회장의 전임자이자 동명이인인 이동걸 전 회장 역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중도 퇴임했다. 여기에 이 회장은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데다 산은의 지방 이전에도 부정적인 뜻을 보인 바 있어 새 정부 입장에선 껄끄럽게 여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가 안팎의 관측이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지방 이전에 대해 “진보가 아닌 퇴보”라며 “지방 이전은 결국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또한 “산업은행 지방 이전이 자꾸 거론되는 이유는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지역균형발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공기업에 대규모 인사태풍이 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 회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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