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기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서 구글, 아마존 등 전 세계 이름난 IT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몇 년째 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완전 자율주행의 문을 여는 '레벨 4 이상' 단계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던 ‘자율주행’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정보통신기술(IT) 뉴스에서도 자율주행 관련 소식은 TV나 라디오·인터넷 등을 통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율주행기술의 시장도 폭발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시장은 연평균 41%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5년 1조1,204억달러(한화 약 1,313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구글·아마존 등 전 세계 이름난 IT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몇 년 째 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IT분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들도 이제 완전 자율주행시대의 문을 열 수 있는 자율주행 ‘레벨’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전문가들 “산업 변화에 맞춰 레벨4 시대 대비해야”

자율주행 레벨이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가 제시한 자율주행 기술 수준 단계로 △운전자 보조 △부분 자동화 △조건부 자율주행 △고등 자율주행 △완전 자율주행 의 총 5단계로 구성된다. 

여기서 IT분야 전문가들이 말하는 완전 자율주행시대의 문을 열기 위한 단계는 ‘고등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4’ 이상이다. 현재 전 세계 자율주행기술 발전 수준은 ‘조건부 자율주행’인 레벨 3 수준이다.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조건 도로에서는 주행이 가능하지만 시스템의 요구 조건을 넘어서는 경우 운전자가 즉시 개입해야 한다.

반면 자율주행 레벨 4는 ‘운전자나 승객의 조작 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영역’이다. 즉, 심각한 악천후와 같은 특정 조건이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의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레벨 5 ‘완전 자율주행’은 자동차 스스로 주행환경 모니터링 및 돌발 상황 대응이 가능한 기술이다.

자율주행 레벨 4는 ‘운전자나 승객의 조작 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영역’이다. 즉, 심각한 악천후와 같은 특정 조건이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의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레벨 5 ‘완전 자율주행’은 자동차 스스로 주행환경 모니터링 및 돌발 상황 대응이 가능한 기술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물론, 자율주행 레벨 3도 완전히 완성된 것이 아닌데 벌써 자율주행 레벨 4를 준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BMW나 테슬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 역시 아직까지 레벨 3 자율주행차의 완전 상용화를 위한 출시를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자동차 산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타 산업 분야의 측면으로 접근했을 때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 가치 사슬 전반과 전후방 산업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기술이 상용화를 시작하면 급격한 동반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등 대한 수요가 자동차 산업계에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6일 발간한 ‘2021년 기술영향평가 결과- 레벨 4 이상 자율주행의 미래’에서 “자율주행 레벨 4 자동차는 차량 내에 이전(레벨1~3)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수의 반도체를 필요로 할 것”이라며 “특히 노드 10nm 이하의 고용량 배터리 처리용 초미세 반도체 수요가 폭증할 것이고,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생산 업체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부품 산업계 역시 레벨 4 자율주행기술의 상용화가 시작될 경우 자동차 센서 부품 업계와 인공지능(AI) 업계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시장과 기술이 성장하게 될수록 정확한 도로 상황 측정과 안정적 운행을 위한 센서와 AI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과기정통부와 KISTEP은 ‘라이다(LiDAR)’ 개발 산업과 업체들이 큰 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그 빛이 대상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받아 물체까지 거리 등을 측정하고 물체 형상까지 이미지화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항공기와 우주선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됐으나 최근 자율주행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기술이 상용화를 시작하면 급격한 동반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등 대한 수요가 자동차 산업계에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Gettyimagesbank

◇ 레벨 4 자율주행시대, 교통약자 이동권 확보 기대감도 ‘UP’

아울러 경제·산업에서의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적 복지의 관점에서도 자율주행기술 레벨 4의 확보는 중요하다고 평가된다. 안전하고 편리한 차에 대한 운전자들의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운전에 불편을 겪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레벨 4의 자율주행기술이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기술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2016년 8만6,034건에서 2020년 11만4,795건으로 급증했다.

또한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레벨 4의 자율주행 기술은 ‘이동권’ 확보의 한줄기 빛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82조 및 동법시행령 제42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다리·머리·척추나 그 밖의 신체장애로 인해 앉아 있을 수 없는 사람은 운전면허에 응시할 수 없는 결격자에 해당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및 중증 장애인들은 운전을 할 수 없어 이동권이 침해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도로 상의 안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이기도 해 이를 수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때 자신이 스스로 운전할 필요 없이 자동차 시스템에 몸을 맡길 수 있는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기술이 도입되면 이런 시각장애인 및 중증 장애인들도 목적지 입력 한번만으로도 원하는 곳으로 쉽게 이동이 가능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3월 구글은 시각장애인을 태운 자율주행차가 내 도로를 통해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실험을 성공한 바 있다. 이때 사용된 자율주행기술의 레벨이 레벨 3임을 감안하면 향후 레벨 4가 도입될 경우, 훨씬 더 안정적으로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와 KISTEP은 ‘레벨 4 이상 자율주행의 미래’ 보고서에서 “인간의 우전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는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약자들에게 이동이 자유를 향상시켜줄 것”이라며 “향후 레벨 4 이상 완전자율주행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고령자 이동지원 자율주행 서비스, 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 격차 및 사각지대 해소 서비스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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