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진단키트 ‘품귀현상’에 정부 개입… 공급 안정화, 그러나 판매처 규제는 여전
편의점 업계, 가격 규제 풀렸지만 전부 5,000원 동일… 약국가는 들쭉날쭉
자가진단 감염자 정확도 20∼30%, 한 번에 2∼3회 검사 시 비용부담

/ 뉴시스
정부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의 판매가격 규제를 철폐해 시중 판매처에서는 가격을 소폭 인하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부담되는 가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로나19 간이검사기계인 ‘자가진단키트’는 올해 초 사재기 등으로 인해 품귀현상을 빚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2020년 마스크 대란 때처럼 또 한 번 시장에 개입해 자가검사키트를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하고 유통개선조치 계획을 밝혔다. 자가진단키트의 판매가격과 판매처, 1인 구매 개수(최대 5개)를 제한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이전까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4,000원 안팎 수준에 판매가 이뤄지던 자가진단키트의 가격이 약 50% 인상된 6,000원까지 올랐다.

정부의 개입으로 규제 품목에 오른 자가진단키트의 품귀현상은 최근 진정되는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말 자가진단키트 1인 구매제한을 폐지하고, 지난 5일에는 가격제한도 폐지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한다. 정부가 가격 제한을 철폐했음에도 편의점 업계에서는 여전히 자가진단키트의 가격 인하폭을 동일하게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자가진단키트는 정부가 가격을 규제하고 있는 동안 6,000원에 판매됐지만, 가격 제한이 폐지된 후 단 1,000원의 가격 인하만 단행하고 나섰다. 이는 대부분의 편의점이 동일하다. 정부의 규제 때보다 1,000원 내린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편의점업계의 ‘가격 담합’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편의점과 함께 자가진단키트 판매처로 지정된 약국가에서는 정부의 가격 규제 철폐 이후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해 판매 중인 상황으로 조사됐다. 종로에 위치한 A약국은 자가진단키트를 4,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B약국은 5,000원, 여의도에 위치한 C약국은 여전히 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이 접근성이 뛰어난 편의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한다면 일부 판매처보다 비싸게 구매를 해야 하며, 보다 저렴하게 자가진단키트를 구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소비자들은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할 때 2∼3개를 동시에 구매해 시간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검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자가진단키트의 감염자 판별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져 한 번의 검사로는 안심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일한 시간에 여러 개의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진행할 경우 한 개의 키트에서만 양성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과 전문의는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는 전문가용 신속항원 검사 키트 대비 20∼30% 수준으로 보면 되는데, 이 때문에 한 번 검사로 음성이 나왔다해서 100% 신뢰할 수 없다”며 “이는 자가진단키트의 멸균면봉의 길이가 전문가용 대비 짧아 비인두 부분의 분비물 채취가 쉽지 않고, 일부 멸균면봉의 길이가 긴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더라도 숙련된 전문가와 일반인이 검체를 채취하는 것은 다른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여러 개 구매해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 현재 기준 소요되는 비용은 1인 기준 최소 5,000원부터 많게는 1만5,000원, 4회 연속 검사를 한다면 검사 비용이 2만원에 달한다. 월 2회 이상 이런 식으로 한 번에 여러 차례 검사하는 경우 단순 계산 시 1인당 매달 4∼5만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가격을 4,000원 안팎까지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면 국민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매처 확대가 절실해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현재 판매처 규제에 대해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단은 우리가 검토를 했을 때 공급 물량이 부족해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을 해 가격에 대한 제한조치를 풀게 됐다”며 “그러나 규제를 풀더라도 당장 하루이틀만에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가격을 더 낮춰 판매를 하라고 정부가 또 규제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남은 것은 판매처 규제인데, 현재 유통·공급 상황도 파악 중인 상황”이라며 “온라인 판매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규제도 전부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에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 명확히 ‘이렇게 될 것’이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가진단키트 생산 업계 측에 따르면 현재 자가진단키트 주당 생산능력은 일반키트가 4,000만개, 전문가용은 1,100만개 정도로 시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 일부 오프라인 판매점의 경우 재고가 쌓여 오히려 반품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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