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콘텐츠 산업에서 이동통신사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사 KT도 콘텐츠 산업 확장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디어·콘텐츠 산업에서 이동통신사들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과거 단순히 콘텐츠를 ‘유통’하는 역할을 해왔던 통신사들은 이제 미디어·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공급, 유통까지 전(全) 영역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이동통신사들 중 미디어·콘텐츠 산업 확장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종합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DIGICO)’으로 도약을 목표로 하는 이동통신사 KT다.

실제로 KT는 최근 국내 1위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의 인수와 웹소설 플랫폼 스토리위즈와의 협업을 통해 원천IP 확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에는 CJ ENM과 콘텐츠 분야 전방위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7일 개최한 미디어데이에서는 올해를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성장의 원년으로 삼고, 원천IP 확보부터 콘텐츠 기획·제작, 유통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밸류체인의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그룹 미디어 매출을 5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내 1위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7일 개최한 미디어데이에서 KT가 밝힌 미디어 밸류체인 계획.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그룹 미디어 매출을 5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내 1위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KT

◇ 콘텐츠 자체의 힘, 미디어 벨류체인 완성

이처럼 KT가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필수적인 ‘통신’ 인프라가 막강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실시간 동영상 스티리밍 서비스나 VR·AR(가상·증강현실)처럼 고용량·고품질의 콘텐츠가 주요 콘텐츠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금은 우수한 통신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태다. 끊김없이 전송하기 위해선 5G통신 등 초고속 연결망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KT는 다른 콘텐츠 기업들보다 한발짝 유리한 선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또한 통신망 이용을 두고 타 통신사와 마찰이 발생할 일이 적다는 것도 콘텐츠 사업에서 KT와 같은 이동통신사들이 갖는 유리한 점이다. 미디어·콘텐츠 전송 과정에서 트래픽 과다 발생에 따른 통신망 이용료 부과 관련 분쟁 등이 발생할 일이 적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콘텐츠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예를 들어보자. 현재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이동통신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SK브로드밴드와 망사용료로 인한 분쟁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반면 이미 자체 통신망을 보유한 KT가 OTT사업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이런 분쟁에 휘말릴 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IT분야 전문가들 역시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강화에 대해 ‘덤 파이프(Dumb pipe: 바보 같은 파이프)’를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한다. 

덤 파이프란 통신사들이 통신비용만을 수익으로 얻는 자신들을 자조적으로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통신사가 수 조원이 넘는 막대한 네트워크 구축비용을 투자했음에도 정작 큰 돈을 버는 것은 이 통신망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이 쓸어 담아간다는 것에서 유래됐다. 

김회재 대신증권 통신·미디어산업 수석연구위원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에서 발표한 ‘Telco의 미디어 사업 진출 동향 및 전략(2021)’ 트렌드 리포트에서 “통신사들은 적절한 타이밍에 미디어의 가장 중심인 콘텐츠 영역까지 진출하면서 ‘덤 파이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KT가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필수적인 ‘통신’ 인프라가 막강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KT가 매력적인 콘텐츠를 보유할 경우, 이를 이용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KT의 통신서비스에 가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데이터의 증가가 곧 수익의 증가… OTT시장 영향 강화 목적도

아울러 미디어·콘텐츠 사업의 강화가 곧 통신사업 자체의 이득으로 함께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현재 KTDML 콘텐츠 강화 행보 배경으로 보인다. KT가 매력적인 콘텐츠를 보유할 경우, 이를 이용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KT의 통신서비스에 가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미디어·콘텐츠를 이용하면서 발생시키는 데이터 사용량의 증가 역시 통신서비스 가입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최근 VR·AR이나 실시간 동영상 등 미디어·콘텐츠들의 대부분은 고용량의 데이터 전송이 필수적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5G통신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상승에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3월 발표한 ‘무선 데이터 트래픽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5G스마트폰 이용자 1명이 발생시킨 무선 데이터 트래픽양은 2만4,143Mb로 동 기간 3G와 LTE 이용자를 합한 평균 트래픽 사용량보다 2배 이상 높았다. 5G요금제 평균 가격이 5~6만원선인 점과 LTE요금제 평균이 약 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미디어·콘텐츠 사용량의 증가는 곧 이동통신사 수익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강화는 IPTV를 넘어 차세대 미디어 시장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분야 영향력을 키우기 위함으로도 분석된다./ 픽사베이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강화는 IPTV를 넘어 차세대 미디어 시장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분야 영향력을 키우기 위함으로도 분석된다. 현재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IPTV 사업 분야에 비해 떠오르는 OTT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상당히 저조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의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통계에 따르면 KT는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1.9%로 2위 LG유플러스(25.28%)와 3위 SK브로드밴드(24.77%)에 큰 차이를 보이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OTT의 경우 ‘후발주자’로서 오히려 부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유료 OTT플랫폼 점유율은 △넷플릭스(47%) △웨이브(19%) △티빙(14%)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KT가 운영하는 OTT서비스인 시즌(SEEZEN)의 경우 점유율이 8%에 불과하다.

압도적인 넷플릭스는 고사하더라도 2위 웨이브와도 점유율이 두 배 이상 차이난다. 여기서 웨이브의 지분 36.4%를 현재 경쟁 통신사인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OTT시장에서 KT가 IPTV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고 보긴 힘든 상황이다. 

KT 측은 7일 개최된 미디어데이에서 OTT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KT 측은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우수한 제작역량을 가진 사업자들과 공동제작을 추진해 글로벌에서 승부할 수 있는 대작을 배출하고 글로벌 OTT에도 콘텐츠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최근 IT업계에서 예상하는 CJ ENM의 티빙과 KT 시즌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OTT 시즌과 티빙에 관한 문제는 정해지진 않았지만 고민 중에 있다”고 밝힌 만큼 향후 KT OTT사업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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