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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 어느 순간보다 빛난 한 선수의 도전
[기자수첩] 그 어느 순간보다 빛난 한 선수의 도전
  • 엄이랑 기자
  • 승인 2022.04.1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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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최근 미 유명 MMA(종합격투기) 단체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273(넘버링 대회)이 개최됐다. 넘버링 대회란 대개 각 체급의 챔피언 벨트를 건 시합이 진행되는 대회로, 국내 종합격투기 역사상 최고로 평가받는 정찬성 선수가 도전자로 나섰다.

페더급(65.8kg, 145lb(파운드) 이하) 선수인 정찬성 선수가 도전장을 내민 상대는 호주의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Alexander Volkanovski)다. UFC 내 전 체급 랭킹(Pound for Pound) 3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강한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첫 도전 이후 9년여 만에 타이틀전에 나서는 정찬성 선수에게 편의점 GS25 운영사로 유명한 GS리테일이 후원에 나선다는 희소식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찬성 선수는 본인의 SNS를 통해 그간 폭력적이라는 선입견 탓에 후원을 받을 수 없었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어 후원을 결정해준 GS리테일에 감사를 전하는 한편, 동료 격투기 선수들을 위해 더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 있었던 대회에서 정찬성 선수는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도전자와 비교해 챔피언의 실력은 월등했다. 총 5라운드 중 3라운드를 마치고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정찬성 선수는 시합을 진행할 수 있겠냐는 코치의 질문에 “해야죠”라 짧게 답하고는 최후의 결전을 준비했다. 

4라운드에 돌입한 정찬성 선수는 심판이 중단을 선언하는 순간에도 링 위에 두 발을 굳건히 붙이고 챔피언의 공격에 대항하려 했다. 분명 심판의 결정은 두 선수를 위한 최상의 결정이었다. 다만 더 싸우겠다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이틀전이 끝난 만큼, 정찬성 선수의 아쉬움은 역력해보였다.

한국 나이 36세로 두 번째 타이틀전을 마친 정찬성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어느 때 보다도 자신 있었고 몸 상태도 좋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다”며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더 이상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고 은퇴를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링에서 떠나지 못한 채 주저앉아 흐느끼는 모습에서 지난 2007년 데뷔한 그가 매순간 온 힘을 다해왔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정찬성 선수의 투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났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활동하는 동료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꼭 챔피언이 되겠다는 의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그래서 더욱이 선입견을 깬 GS리테일과 같은 행보가 중요히 여겨진다. 이번 정찬성 선수의 도전이 챔피언이 되고자 구슬땀을 흘리는 다른 선수들에게 가능한 많은 후원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