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을 실시했던 대기업들이 잇달아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새로이 시장에 진입한 업체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현재 다수 이커머스 기업이 새벽배송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가운데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새벽배송을 실시하고 있는 ‘GS프레시몰’의 이미지컷. /GS리테일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새벽배송을 실시했던 대기업들이 잇달아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새로이 시장에 진입한 업체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재고매입 및 관리나 초기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성장성도 높기 때문이다. 현재 다수 이커머스 기업이 새벽배송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가운데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5일 BGF그룹의 지주사 ‘BGF’는 공시를 통해 자회사 ‘헬로네이처’의 B2C(기업·소비자 사이 거래) 온라인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 BGF가 보유한 헬로네이처 지분 50.1%를 ‘BGF네트웍스’에 전량 매각함으로써 자회사 탈퇴도 이뤄졌다.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은 지난 18일부터 롯데마트몰의 새벽배송 서비스 ‘새벽에 온(ON)’을 중단했다. 2020년 개시 이후 2년여 만에 중단이다.

새벽배송이란 소비자가 늦은 밤에 주문해도 다음날 새벽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서비스 품목은 주로 육류·과일·채소 등 신선식품이 주를 이루며, HMR(가정용 간편식) 등 가공식품이나 가구와 같은 비식품 분야로도 확장된 상황이다. 새벽배송 중단을 결정한 BGF는 해당 사업부문을 B2B(기업 사이 거래) 사업으로 전환한다. 롯데온의 경우 주문 후 2시간 이내 배송하는 ‘바로배송’에 집중할 계획이다.   

두 기업이 새벽배송 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된 주 요인으로 장기간 지속된 수익 악화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달 실적을 공시한 헬로네이처는 2021년 연간 매출 580억원, 영업손실 271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154억원, 35.9%↑)은 상승했지만, 손실 규모(112억원‧70.5%↑)도 늘어났다. 롯데온의 경우 지난해 연간 매출 1,082억원 영업손실 1,558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과 비교해 매출(296억원‧21.5%↓)은 줄고, 손실 규모(610억원‧64.3%↑)는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새벽배송의 특성상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주 취급 품목인 신선식품의 특성상 매출 대비 원가 비중이 크며, 유통기한이 짧아 재고손실률이 높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또한 물류센터 현장 직원, 배송기사 등 다수가 야간에 업무를 진행하는 만큼 인건비 상승을 피할 수 없다. 상품 특성상 냉장·냉동 등 물류 시스템 구축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신선도 유지를 위한 포장비 역시 높게 형성돼있다. 

지난 2015년 시작해 새벽배송 업계 선구자로 평가받는 ‘컬리’의 실적(2021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연간 매출(1조5,613억원)에서 상품매출 비중은 99.5%였으며, 매입비용(1조1,538억원)은 73.8%를 차지했다. 여기에 △인건비 11.6%(1,823억원) △운반 및 임차료 7.9%(1,238억원) △포장비 4.3%(678억원) 등도 비중이 높았다. 해당 항목들의 단순 합산으로 전체 매출 대비 97.6%에 이른다.

한 새벽배송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새벽배송이 주간배송 대비 비용구조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물류역량도 중요하지만 상품 구색이나 가격 경쟁력, 마케팅 등에서 각 업체만이 갖춘 특색의 유무가 성패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와 BGF를 비롯해 동원F&B 등 다수 기업이 새벽배송 사업을 정리했지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개시한 업체도 다수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매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온라인쇼핑동향’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되기 전 해인 2019년 온라인 식품시장 규모는 16조9,629억원이다. 이듬해 규모는 25조8,925억원으로 52.6% 증가했으며, 지난해 32조7,989억원까지 성장했다. 특히 새벽배송 주 취급 품목인 신선식품군(농축수산물)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9,421억원(전체 식품시장 내 24.2%)으로 집계됐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새벽배송 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지마켓·옥션, 인터파크가 새벽배송을 개시했으며, 이달 초 티몬도 시장에 가세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타 업체와 협업으로 배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서비스 초기 높은 비용이 투입되는 물류인프라 구축에 앞서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행보로 풀이된다.

지마켓·옥션은 지난달 시범운영에서 정식운영으로 전환하며 자사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한 새벽배송을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배송 경쟁력을 높이고자 시범운영부터 물류기업 ‘메쉬코리아’와 협업해왔다. 인터파크는 새벽배송 전용관 ‘파머스파크’ 론칭을 위해 온라인 수산식품 마켓 ‘얌테이블’과 손잡았다. 배송과 관리도 얌테이블이 도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의 경우 콜드체인 전문 물류기업 ‘팀프레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새벽배송을 개시했다. 

새벽배송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새벽배송 시장에서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품력‧배송력 등 기본에 충실하는 것 외에 업체만의 특색도 필요하다”며 “일반 소매점이나 주간배송 업체에서 제공하지 않는 프리미엄 식료품과 특색 있는 다양한 상품 구색을 통해 신규 고객 유치는 물론,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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