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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에 갑질 제재까지… 박재순 쿠첸 대표이사 ‘이중고’
실적 악화에 갑질 제재까지… 박재순 쿠첸 대표이사 ‘이중고’
  • 이미정 기자
  • 승인 2022.04.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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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쿠첸 대표이사 심란한 처지에 몰렸다. 작년 부진한 실적을 낸 가운데 공정위 제재 등의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쿠첸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박재순 쿠첸 대표이사가 심란한 처지에 몰렸다. 2020년 구원투수 격으로 합류한 이래 좀처럼 실적 개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악재까지 불거져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 매출 줄고 영업적자폭 불어난 쿠첸

박재순 쿠첸 대표이사는 2020년 1월 쿠첸의 대표이사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부방그룹의 계열사인 쿠첸은 밥솥, 전기레인지, 생활가전 등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으로 국내 전기밥솥 시장 2위 사업자로 잘 알려진 곳이다. 

박 대표는 구원투수 격으로 영입된 것으로 평가됐다. 쿠첸은 한때 국내 전기밥솥 시장 1위인 쿠쿠를 맹추격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으나 2017년부터는 매출 성장세가 꺾이고 실적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업계에선 쿠첸은 실적 부진 상황의 돌파구를 찾고자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를 영입하는 카드를 꺼냈다고 봤다. 이전까지 쿠첸은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대희 전 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오너일가 경영 체제를 이어왔던 바 있다.

박 대표는 선임 당시, 안팎의 큰 기대를 받았다. ‘삼성전자 출신’ 해외영업 전문가로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 후 해외 시장개척 및 수출업무를 주로 담당했으며, 캐나다 법인장, 미국 CE 부문장, 한국 총괄, 중국 총괄 및 생활가전 전략 마케팅 팀장, 부사장 등을 역임했던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표 체제가 출범한 후에도 쿠첸은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첸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19년 5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적자 전환한 후 △2020년 -14억원 △2021년 -58억원 순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적자 규모는 박 대표가 선임된 첫해인 2020년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다시 대폭 불어났다. 

매출 역시, 뒷걸음질을 쳤다. 쿠첸의 지난해 매출액은 1,633억원으로 전년(1,853억원) 보다 11.8% 감소했다. 2019년 매출액(2,091억원)과 비교하면 21.9% 줄어든 규모다. 

쿠첸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밥솥 시장의 성장 정체, 경쟁 심화, 신규 먹거리 발굴 어려움 등이 여러 원인이 거론된다.

◇ 리콜 사태에 이어 하도급 갑질 적발… ‘브랜드 신인도’ 휘청

여기에 작년 영업적자폭이 대폭 확대된 데는 리콜 이슈도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쿠첸은 작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올해 2월 15일 소비자보호원을 통해 발표한 제품 불량에 따른 소비자 리콜 관련 충당금 32억원을 판매보증층당부채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쿠첸은 지난 2월 121 전기압력밥솥 10인용 제품에서 증기누설 및 뚜껑열림 현상이 확인돼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박 대표는 당시 이 같은 리콜 사태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표는 최근 또 다른 악재까지 마주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쿠첸이 기존 하청업체의 기술을 빼돌려 경쟁 납품 업체들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거래처를 변경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쿠첸의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총 9억2,2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첸은 납품 승인 목적으로 하도급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인쇄 배선 기판 조립품 기술 자료를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제3의 업체에 전달해 거래선을 변경하는 데 사용하는 등 기술자료를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쿠첸이 기존 하도급업체의 단가 인상 요구를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공정위는 쿠첸이 2015년 11월 25일부터 2018년 12월 18일 기간 동안 6개 납품 업체들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사전에 법이 정한 서면을 나눠주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위법성의 인식 정도 △실행의 적극성 및 정도 △위반행위 기간 △의사결정의 주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쿠첸과 그 행위를 주도한 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박 대표가 CEO로 선임되기 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공정위 제재에 따른 기업 신인도 저하 등의 후폭풍은 현직 CEO인 박 대표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됐다. 올해로 취임 3년차를 맞은 박 대표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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