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ICT기반 ‘자율주행기술’이 장애인 이동권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달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입장을 기다리겠다며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22일만이다.

전장연 측 시위 재개에 대해선 국민적 여론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긍정적 혹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장애인의 ‘이동권’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데 자유로운 이동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장애인들과 장애인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장애인 이동권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 분야의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ICT기반 ‘자율주행기술’이 장애인 이동권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완전자율주행, 장애인 이동권 향상 가능… 장애인들 기대감도 ‘UP’

장애인의 이동권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 받는 대표적인 ICT기술로 ‘자율주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운전에 불편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도 자율주행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도 자가용 이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도로교통법 제82조 및 동법시행령 제42에 따르면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과 다리·머리·척추 혹은 그 밖의 신체장애로 인해 좌석에 앉아 있을 수 없는 사람은 운전면허에 응시할 수 없는 결격자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레벨4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는 ‘운전자나 승객의 조작 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영역’이다. 심각한 악천후와 같은 특정 조건이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의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가 없다. 따라서 좌석에 앉을 수 없거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도 이용이 가능하다. 

한국교통연구원(KOTI)은 자율주행자동차가 도입되면 기존 보호자의 도움으로 이동성을 갖던 약 44만명의 장애인 중 최소 45%(약 20만명), 최대 73%(약 32만명)가 스스로 이동성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그동안 운전에 불편을 겪고 있던 장애인들 역시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에 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당장 만나’의 진행자 신홍윤 씨도 자율주행기술의 편의성을 생각해 자율주행 차량을 구매했다고 한다.

신홍윤 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제가 이번에 첫 차를 구매했는데 자율주행기술의 편의성을 많이 생각해 테슬라 차량을 구매했다”며 “저와 마찬가지로 다른 장애인 친구들도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 특히 시각장애인 친구들의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IT 및 교통 분야 전문가들 역시 자율주행기술이 장애인들의 이동권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KOTI)은 ‘자율주행자동차 도입의 교통부문 파급 효과와 과제(2017)’ 리포트에서 “자율주행자동차가 도입되면 기존 보호자의 도움으로 이동성을 갖던 약 44만명의 장애인 중 최소 45%(약 20만명), 최대 73%(약 32만명)가 스스로 이동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자율주행기술이 단순 ‘자동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장애인들에겐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한 휠체어 기술도 상용화가 이뤄지게 되면 혼자서 휠체어 이동이 힘든 중증 지체 장애인들도 원하는 곳을 쉽게 이동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월드IT쇼 2022에서는 KT의 파트너사 하이코어에서 개발한 AIoT 전동 휠체어가 전시돼 관람객들을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AIoT 전동 휠체어에는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돼 탑승한 장애인이 원하는 목적지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기술은 단순 ‘자동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자율주행 전동 휠체어 등 일상생활 속 장애인들을 위한 기술도 될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월드IT쇼 2022의 KT 부스에 전시된 자율주행 전동 휠체어의 모습./ 박설민 기자

◇ 아직 갈 길 멀어… 기술 및 제도 보완 필요

다만 장애인들이 자율주행기술의 도움을 받아 비장애인과 함께 이동권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미래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의 상용화까진 아직 시간이 좀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크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자율주행 레벨3단계도 제대로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BMW나 테슬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도 레벨3 자율주행차의 본격적인 상용화에는 돌입하진 못한 상태다. 우리나라 국토교통부 역시 올해 하반기쯤 레벨3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예정이며, 완전 자율주행기술의 시작인 레벨4는 오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유튜브 채널 당장 만나의 진행자 신홍윤 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직 시각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만큼의 자율주행기술은 발달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저의 시각장애인 친구들은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테슬라 주식을 열심히 사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완전 자율주행기술의 상용화가 늦어짐에 따라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휠체어의 상용화 또한 함께 늦어지는 상황이다. 

자율주행 전동 휠체어를 개발하는 하이코어 박동연 대표이사도 “조이스틱 타입의 전동 휠체어의 경우 올해 하반기 상용화가 예정 중”이라며 “하지만 자율주행기능이 탑재된 AIoT 전동 휠체어의 경우 확답은 못 드리겠지만 오는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가 예상되는 2030년쯤 함께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위한 제도가 미진한 것도 문제다. 아직 인간 중심으로 제정된 교통법들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늦추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자율주행 전동 휠체어가 상용화에 맞는 법안도 애매하다. 현행법상 전동 휠체어가 포함된 장애인 전동보장구는 ‘차마(車馬: 자동차와 말)’에 포함되지 않으며, 인도를 이용해야 하는 ‘보행자’로 취급된다. 하지만 만약 자율주행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른 보행자와 충돌해 상해를 입힐 시 이를 자율주행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할지, 아니면 탑승한 장애인의 잘못으로 봐야할지 애매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전문가들도 ‘2021년 기술영향평가 결과- 레벨4 이상 자율주행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레벨4 이상 자율주행을 실현하기위해서는 적어도 자동차와 운전자에 대한 제도 규칙을 완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 도로법 등 법제도는 모두 인간 중심으로 제정됐다”며 “이를 자율주행시스템까지 포섭하는 체제로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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