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 글로벌 호텔 체인과 협업 등으로 손쉬운 사업 확대 가능
강남권 5성 호텔 빈자리, 4성 호텔이 채워… 합리적인 객단가로 고객층 넓혀

강남권 5성 호텔이 빠진 자리에 4성 규모의 호텔들이 새롭게 오픈하고 있다. 사진은 힐튼 가든 인 서울 강남 킹 디럭스 스위트룸. 침실과 거실 공간을 분리한 점이 특징이다. / 힐튼 가든 인 서울 강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호텔업계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이 기간 외국인 입국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해 관광객 수요가 급감했고 이는 호텔업계의 매출 급락, 적자로 이어져 결국 많은 호텔이 문을 닫았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일각에서는 가성비를 내세운 신생 호텔이 하나둘 문을 열면서 지난 2년간 사라진 호텔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특히 신생 호텔들의 소유주는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 해성그룹·희앤썬·용창산업 대표주자

지난 2020년과 2021년 폐업 및 영업종료를 결정한 호텔은 △르 메르디앙 서울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글래드 라이브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토종 브랜드 호텔인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도 올해 초 무기한 휴관 결정을 내렸다. 이 중 르 메르디앙 서울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디큐브시티, 임피리얼 팰리스는 서울 지역의 주요 5성 호텔로, 이들마저 코시국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 및 휴관 수순을 밟은 모습이다.

이러한 불경기 속에 일각에서는 신상 호텔이 속속 오픈을 하면서 사라진 호텔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힐튼 가든 인 서울 강남(해성그룹) △AC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강남(희앤썬) △보코 서울 강남(용창산업) 등이 있다.

특히 새롭게 문을 연 세 호텔의 오너사는 모두 중소·중견기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강남권 주요 5성 호텔은 대부분이 신세계·롯데·GS·KT·HDC 등 대기업에서 소유하고 있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호텔 사업은 상대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에 편리한 업종으로 꼽힌다. 기업이 호텔 사업을 하기 위해 특별히 호텔 경영 등에 전문 지식을 무조건 갖출 필요는 없다. 빌딩을 매입 또는 장기 임차하고 글로벌 호텔체인과 브랜드 계약을 맺고 운영까지 맡겨 매출의 일부를 커미션으로 지불한다면 상당히 편리하게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면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힐튼 가든 인 서울 강남은 고층에 피트니스 센터와 루프탑 수영장이 위치하고 있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사진은 힐튼 가든 인 서울 강남 주요 부대시설. / 힐튼 가든 인 서울 강남

이러한 점에 가장 부합하는 기업은 힐튼 가든 인 서울 강남을 소유하고 있는 해성그룹이다. 힐튼 가든 인 서울 강남 호텔 건물의 또 다른 이름은 ‘준타워’로,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단우준 사장 개인 소유 빌딩이다. 단우준 사장은 준타워 대표이사로 호텔 사업을 이끌고 있으면서 그 외에도 이전부터 해성산업·계양전기·해성디에스·한국제지의 사내이사 사장 등을 맡고 있다.

해성그룹은 재계 사이에서도 부동산 갑부로 통한다. 해성그룹 오너가에서는 해성1·2빌딩과 성동구 성수동에 성수빌딩을 소유하고 있으며, 계열사인 해성산업에서 법인 명의로 숭례문 인근의 해남빌딩·해남2빌딩과 송남빌딩, 부산송남빌딩, 성수동 우영테크노센터 1층 3개실 그리고 동탄과 여주에 창고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해성그룹 오너가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빌딩만 8채 정도로, 합산 추정가치가 조(兆) 단위에 이른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힐튼 가든 인 서울 강남은 지난해 7월 오픈한 후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은 신상 호텔로, 객실 타입이 총 8가지로 세분화 돼 있으면서 경쟁 호텔들에 비해 객실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다. 호텔 최상층에는 피트니스 센터를 설치해 운동을 하면서 전망을 즐길 수도 있으며, 옥상에는 루프탑 야외 수영장을 마련해 경쟁력을 높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도 편리하다. 인근에는 양재역이 위치하고 있으며, 강남역도 멀지 않다.

최근에 새롭게 문을 연 AC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강남과 보코 서울 강남의 오너사는 그간 관광호텔업을 이어오던 희앤썬과 용창산업이다.

희앤썬은 역삼역에 과거 머큐어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로 운영하던 호텔을 최근 메리어트 계열의 AC호텔로 브랜드를 바꿔달고 새롭게 영업을 재개했다. 사진은 AC 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강남 프리미어 풀 스위트룸. / AC 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강남

희앤썬은 종로3가역 인근에 목시 바이 메리어트 서울 인사동 호텔과 역삼역 인근에 AC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강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 22일 새롭게 오픈한 AC호텔은 희앤썬이 이전에 머큐어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라는 아코르 브랜드로 운영하던 호텔을 메리어트 계열 브랜드로 간판을 바꾸면서 실내 리모델링을 새롭게 해 리뉴얼 오픈했다.

AC호텔은 일부 객실에 작은 사이즈의 전용 야외 풀이 마련한 점이 이색적이며, 피트니스와 사우나 시설, 클라우드 루프탑 바를 운영해 차별화를 꾀했다. 또 어린 아이를 데리고 호텔에 방문하는 가족 단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실내 키즈 전용 라운지와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어 가장 최근에 오픈한 보코 서울 강남은 용창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영동호텔을 허물고 호텔 건물을 새롭게 올린 것으로, 글로벌 호텔 체인 IHG(인터내셔널 호텔 그룹)와 보코 호텔 브랜드 계약을 맺고 지난 23일 개관을 알렸다.

용창산업이 강남 신사역 인근에 위치하던 영동호텔을 재개발해 보코 서울 강남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사진은 보코 서울 강남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평일 기준 하루 투숙 비용이 500만원 수준에 달한다. / 보코 서울 강남

용창산업은 앞서 1975년부터 2020년까지 ‘여의도호텔’을 운영한 바 있다. 현재 여의도호텔은 폐업 후 건물을 허물고 호텔 자리에 시그니티여의도 오피스텔을 내년에 오픈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용창산업은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과 좋은 입지를 갖춘 여의도호텔을 오피스텔로 재개발함과 동시에 영동호텔도 재개발을 거쳐 최신 시설을 갖춘 호텔로 새롭게 오픈했다. 부동산 임대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과거부터 이어오던 호텔 사업을 계속해서 영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특히 보코 서울 강남은 국내에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IHG의 보코 브랜드 호텔이라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보코 호텔은 IHG 호텔 브랜드 중에서도 독창적이고 자유분방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다른 호텔들에서는 보기 힘든 공유주방(공용주방)이 3~15층까지 각 층별로 위치하고 있는데, 호텔에서 간단한 요리를 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객실은 총 12개 타입이 있다. 세부적으로는 히노끼 욕조가 있는 객실, 취사가 가능한 레지던스 객실 등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일부 스위트 객실은 객실 내에서 파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면적과 주방·수영장 시설이 함께 포함돼 있는데, 객실 투숙 비용이 5성 호텔의 스위트룸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2년간 문을 닫은 주요 호텔들에 비해 최근 새롭게 오픈을 알린 호텔들은 규모는 작지만, 각각의 특색을 갖추면서도 합리적인 객단가를 설정해 고객층을 넓힌 점이 특징이다. 또한 공통점으로는 세 호텔 모두 강남권에 위치한다는 점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며 각각 다른 특색을 갖추고 있어 호캉스와 서울관광을 즐기기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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