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자산운용이 최근 BYC에 대해 이사회의사록 열람을 요청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최근 BYC에 대해 이사회의사록 열람을 요청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 속옷기업 BYC가 소액주주에 이어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2대주주의 거센 공세를 마주하고 있다. 지난 1월 창업주 고(故) 한영대 전 회장이 별세하고, 오너일가 3세 한승우 상무에 대한 승계작업이 한창인 민감한 시기에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 모습이다.

◇ 공세 수위 높이는 트러스톤자산운용

BYC는 일반 대중에게 친숙한 국내를 대표하는 속옷기업이다. 1946년에 설립돼 ‘국민속옷’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던 국민들의 위생·보건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최근 BYC를 둘러싼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앞서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최근엔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2대주주가 최대주주 일가 및 경영진을 향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인공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이다. 1998년 설립된 IMM투자자문이 2008년 자산운용사로 전환하면서 사명도 변경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할 뿐 아니라, 특히 2013년 만도의 부실 계열사 지원을 적극 저지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내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로서는 첫 주주행동 사례를 남긴 바 있다.

트러스톤은 현재 8.13%의 지분을 보유 중인 BYC 2대주주다. 지난해 2월 지분이 5%를 넘기면서 공시의무가 발생했고, 지속적으로 지분을 확대하더니 지난해 12월엔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참가로 전격 변경했다. 

당시 지분 보유목적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주주로서 좀더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트러스톤은 입장문을 통해 “보유 부동산 가치만 현 시세로 1조원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자산가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특수관계인 간의 내부거래와 자산의 비효율적 운용이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사회 투명성 및 주주가치 제고 등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난 1년간 경영진과 비공식 대화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이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면서 향후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트러스톤은 BYC 측에 요구사항을 담은 주주서한을 보냈고, BYC는 올해 초 신중히 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트러스톤은 BYC의 답변을 환영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않은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그 뒤로도 트러스톤은 BYC와 몇 차례 비공식접촉을 가졌으나 만족할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결국 트러스톤은 지난 25일 이사회의사록 열람 및 등사 청구권을 행사하고 나섰다. 이사회의사록 열람 및 등사 청구권은 상법상 모든 주주에게 보장된 권리다. 트러스톤 측은 만약 BYC가 이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트러스톤이 열람을 요청한 이사회의사록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치다. 이를 통해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BYC 본사 사옥 관리용역 계약 건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트러스톤은 BYC 본사 등의 관리용역을 맡고 있는 제원기업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계약을 맺었는지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제원기업은 고(故) 한영대 BYC 창업주의 손녀인 한지원 씨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인 곳이다.

이처럼 트러스톤이 공세의 수위를 높이면서 BYC는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BYC는 앞서도 기업가치 문제 등을 두고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은 바 있는데, 2대주주이자 유명 자산운용사인 트러스톤과의 갈등은 무게감이나 파급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론 BYC는 최대주주 측 지분이 47%를 넘는 만큼,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만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주주 행동주의가 확산하고 주주가치 제고 및 ESG경영이 강조되는 시대흐름을 감안하면 2대주주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긴 어렵다.

더욱이 BYC는 현재 한석범 회장의 장남인 한승우 상무를 중심으로 3세 승계작업이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을 활용하는 꼼수를 동원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국적논란이 불거지는 등 잡음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러스톤의 공세에 대응하는 것은 더욱 까다로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트러스톤의 이사회의사록 열람 요청에 대해 BYC 관계자는 “내부 담당부서에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제원기업과의 관리용역 계약에 적법하지 않은 사안은 없다”며 “주주의 요구나 제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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