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태 농협생명 대표이사가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호실적을 일궈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갖가지 숙제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농협금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인태 농협생명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호실적을 일궈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갖가지 숙제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특히 그가 취임한 후 재무건전성 및 민원율 지표 부문이 악화돼 그의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 뚝 떨어진 ‘RBC 비율’ 어쩌나

김인태 대표는 지난해 1월 농협생명 대표에 올라 올해로 취임 2년차를 맞았다. 그는 취임 첫해인 지난해 수익 실적 면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농협생명의 순이익은 1,6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ROA(총자산순이익률)는 0.25%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0.15%포인트 올랐다. ROE(자기자본이익률) 역시 2.09%포인트 오른 3.66%를 기록하는 등 주요 수익성 지표가 모두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재무건전성 지표는 나빠진 모습을 보여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농협생명은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해 말 210.5%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78.2%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다. 당국은 RBC 비율을 15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다만 내년 도입되는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을 감안하면 더 높은 수준으로 RBC 비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수년간 RBC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어왔다. 농협생명 역시, 채권재분류 작업과 증자를 통해 RBC비율을 끌어올렸다. 2020년 3분기엔 RBC 비율을 314.5%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말부터 RBC 비율은 다시 하락세를 보여 왔다. 작년 1분기 235%로 떨어지더니, 작년 말엔 210% 선까지 떨어졌다. 생보업계의 작년 말 평균 RBC 비율은 262.6% 수준이다. 평균치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하락한 셈이다.

업계에선 재무건전성 지표의 악화 배경을 놓고 채권재분류 작업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생명은 2020년 RBC비율 관리를 위해 34조원 규모의 보유 채권 전액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현행 회계기준에 따라 만기보유증권은 장부가로,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평가된다. 

농협생명은 저금리 기조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보유 채권 전액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겼다. 문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가 인상기조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에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의 평가이익이 감소하게 되면서 농협생명의 재무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선 올 1분기 농협생명의 RBC 비율이 더 악화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생명 등 계열사들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RBC 비율을 공개하지 않자 이 같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렸다. 농협금융지주는 보험 계열사의 분기 실적을 공개할 때, RBC 비율도 함께 발표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이례적으로 농협생명, 농협손보 등 보험 계열사의 RBC 비율을 미공개했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3월부터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확충을 진행해왔다”며 “통상 채권 발행까지 2~3개월 시간이 소요되는데 외부감사, 내부 검산 기간 등이 겹치면서 RBC 비율 산출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다음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하는 분기보고서에는 정상적으로 RBC 비율을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생명은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RBC 비율 개선에 나선 상태다. 새 회계기준 도입이 임박한 만큼 경영진의 부담이 클 전망이다. 

여기에 김 대표는 민원율 관리 숙제도 마주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지난해 보유 계약 10만건당 환산 민원 건수는 33.3건으로 나타났다. 전년(26.8건)과 비교하면 24.3% 늘어난 수준이다. 농협생명의 민원 건수 증가폭은 생명보험사 중 가장 컸다. 

지난해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도입되면서 소비자보호가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던 해다. 각 보험사들은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민원 관리 등에 힘을 쏟았다. 김인태 대표는 취임과 함께 소비자중심 경영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워왔던 바 있다.  하지만 민원율 관리에 있어선 아쉬운 실적에 그쳤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 측은 민원율 증가와 관련한 “특별한 이슈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올해는 민원율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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