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의혹을 받아 온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의혹을 받아 온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자진 사퇴했다. 그간 의혹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아빠 찬스’ 의혹에 이어 ‘방석집 논문 심사’ 논란까지 연달아 터지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당장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다른 후보자에 대한 사퇴 압박을 종용하고 나선 가운데, 여파는 인사 청문 정국 전반으로 퍼지는 모습이다. 

김 후보자는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돌려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어떤 해명도 하지 않겠다.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0일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발표에 포함된 김 후보자는 인선 당시부터 여러 의혹에 둘러싸였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재임 시절 학생들에게 ‘막말’을 하는 모습은 교육을 담당하는 부처의 장으로 적합하냐는 의문을 남겼다. 아울러 교비나 업무 추진비 등을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큰 의혹이 김 후보자를 덮쳤다. 김 후보자가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회장과 한미교육문화재단 감사를 지내는 동안 자녀 모두가 해당 기관에서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아울러 김 후보자의 배우자도 미국에 교환교수를 지낼 당시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아빠 찬스′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각종 의혹에 적극 해명에 나섰던 그였지만, 제자의 논문을 짜깁기했다는 의혹에 더해 일명 ‘방석집’으로 불리는 식당에서 논문심사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기류는 달라졌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가족들에게까지 향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으로 알려졌다.

◇ 김인철 사퇴에 한덕수‧정호영‧한동훈도 ‘흔들’

여러 의혹을 뒤로하고 김 후보자가 ‘사퇴’를 선택하면서 후보자 개인의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이번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연쇄 낙마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실상 이번 사태가 윤석열 1기 내각의 인사 검증 실패를 고스란히 입증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다른 후보자들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나섰다. 특히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미 한덕수 총리 후보와 정호영, 한동훈 후보 등은 이미 국민 검증에서 탈락했다”며 “김인철 후보처럼 이제 즉각 응답하길 바란다”고 못 박았다.

이미 밀고 당기기 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2일)에 거쳐 이날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일하며 고액 자문료를 받았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역시도 공방의 장이 됐다. 정 후보자의 자녀 의대 편입 논란 등이 핵심 쟁점이 됐다. 다만, 정 후보자는 일각에서 새어 나오는 자진 사퇴론에 대해 일축했다.

민주당이 ‘자료 제출 부실’과 ‘증인 출석’ 문제를 이유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연기하겠다고 나선 것도 윤석열 내각의 순조로운 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별다른 이유 없이 한동훈 후보자의 청문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것은 새 정부에 대해서도, 국민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새 정부 출범의 첫 단추를 안정적으로 끼우고자 했던 윤석열 당선인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당장 새로운 후보군을 물색해 청문회 과정을 거치기까지 2주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그간 ‘공정’과 ‘상식’을 외쳐온 윤석열 정부의 가치에 생채기가 났다는 점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청년과 국민이 윤석열 정부의 비틀어진 공정과 무너진 상식에 분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라고 힐난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