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했던 김인철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다음 낙마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 후보자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며 흔들림 없이 사퇴 계획이 없음을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3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저와 제 가족에 대해 제기된 논란들로 국민들과 위원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안타깝고 송구하다”면서도 “제기된 의혹들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덕·윤리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느냐.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으나 정 후보자는 “국민께서 마음이 불편하신 부분 하고는 다르다”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이날 오전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을 언급하며 사퇴 계획을 묻는 민주당 강병원 의원에게도 “저에게 씌워진 여러 의혹들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63건이나 되는 의혹들을 세세히 밝혔다”며 재차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자료 제출 미흡하면 고발도 불사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인철 후보자가 사퇴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을 ‘아빠의힘 내각’으로 규정하고 “오늘 김인철 후보자가 사퇴 의사를 밝혔고, 한덕수(국무총리), 정호영(보건복지부), 한동훈(법무부) 후보자 등은 이미 국민 검증에서 탈락했다”며 “(다른 후보들도) 김 후보자처럼 즉각 응답하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정 후보자를 지목해 “굳이 재검증해야 하는 청문위원들의 고통도 크다”며 “국민의힘에서조차 자진사퇴를 건의하고 있다. 김 후보자처럼 이제는 (버티기를)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측은 정 후보의 자료 제출 미흡을 가장 크게 지적했다. 신현영 의원은 청문회 의사진행발언에서 “정 후보자는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관련한 서류 아들의 병역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MRI영상자료 등 핵심자료를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명을 받은 후 해명자료만 60건 안팎으로 내고 있는데, 이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청문회 관련 서류 제출은 군사, 외교, 대북 등 상황을 제외하면 누구든 따라야 한다”고 빠른 자료 제출을 촉구했다.

이어 직접 MRI 자료까지 꺼내들고 “이게 MRI 영상 자료의 대표적인 예다. 이런 사진을 제출하시면 된다”며 “아들의 병역 4급 판정이 적절했는지 국민들이 검증하고 싶어하신다. 오늘 오전까지 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위원회 차원에서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해주시기를 위원장에 요청드린다”고 강경 발언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가족들의 의혹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씀하셨지만 제대로 된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후보자가 겉으로는 안타깝다고 하며 속으로는 웃고 있는 악어의 눈물을 보이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인사청문회팀에서 국회를 기만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북대에 의대 학생들 가운데 불합격자들에 대한 출시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다른 학교들은 모두 제공했는데 경북대는 저런 식으로 자료를 냈다”며 “아들의 경북대 편입학 지원 원서도 2018년 것만 제출하고 2017년 것은 제출하지 않았다. 뭔가 숨기고 싶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의원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같은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타 학교는 불합격자와 출신학교를 정확히 명시하고 있었지만, 경북대는 국외와 국내만을 구분한 채 모든 출신학교를 나열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 역시 “아들의 병적기록표를 보면 사회복무형 기한 동안에 총 4회, 7일간 복무외병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며 “사회복무 규정에 따르면 3일 이내의 병가는 진료확인서나 처방전 또는 소견서를 선택해 제출하게 돼 있다. 그 자료 요청을 했는데 개인정보 동의를 하지 않아서 못 준다고 한다. 본인이 병가까지 써서 치료를 받았는데 떳떳하다면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네번째)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 놓고 언쟁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네번째)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 놓고 언쟁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결국 MRI 영상 제출… 국민의힘도 “왜 준비 안했나”

정 후보자는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에 “저에게 868건의 자료가 요구되었고 그중 782건의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했다. 90% 넘게 제출했고 그중에 43건은 빠른 시일 내에 곧 제출할 예정”이라며 “불합격자에 대한 자료는 학교 업무라 제가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고, 2017년 자료는 왜 제출이 안됐는지 모르겠지만 학교에 보관이 돼 있을 것이다. 또한 성인이 된 아이들의 사생활 문제를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하기 어려운 것도 헤아려 달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MRI 영상 자료도 나중에 온라인에 영상이 돌아다니지 않는 것을 담보해주신다면 의료전문가가 보실 수 있도록 제출하겠다”고 말했고, 오전 질의가 마무리되기 전에 실제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측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격적인 청문회 질의 전 의사진행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정 후보자가 MRI 자료를 내겠다고 언급하자 이달곤 의원이 “MRI 자료를 미리 준비해와서 의료전문가를 한 분 모셔서 설명하면 될 일을 왜 준비 안 했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관련해서도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자녀가 모두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것은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김미애 의원도 정 후보자에 대해 “왜 국민들이 분노할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의 뜻을 가슴 깊이 느낀다”며 “성인인 자녀들의 선택이 아버지가 따로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아버지가 근무하는 학교에 자녀들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회적 규범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나도 상당히 고민스럽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자가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당사자가 직접 사퇴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청문회에서 자녀들을 향해 아버지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며 사과를 전하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보도한 각종 언론 보도에는 ‘오보’도 있었다며 정정보도 요청 등 조처를 하겠다고 토로하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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