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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의 고성능 중형 쿠페 ‘아우디 RS5 스포트백’ 전측면.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친환경·전동화가 화두인 자동차 업계에서도 고성능 모델에 대한 열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많은 브랜드에서는 내연기관 고성능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이번에 개별시승을 진행한 모델은 아우디 RS5 스포트백으로, 지난해 7월 국내에 출시됐다. 아우디 RS5 스포트백은 아우디 고성능 라인 RS만의 감성과 폭발적인 성능을 뿜어내면서도 쿠페형 4도어 세단 형태로 설계돼 실용성을 갖춘 모델이다.

아우디 RS5 스포트백은 아우디 고유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와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시스템의 각 드라이브 모드 별 차이를 극대화 해주는 ‘RS 스포츠 서스펜션’을 적용해 민첩하고 스포티한 주행 성능과 동시에 편안한 승차감을 대폭 향상시켰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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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5 스포트백 측면. / 제갈민 기자

◇ 평이 갈리는 외모… 폭발적인 성능, 경쾌하면서 안정적인 주행감각

아우디 RS5 스포트백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극과 극을 달린다. 주행 성능에 대해서는 극찬이 이어지지만 외모와 실내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혹평도 끊이지 않는다.

아우디 RS5 스포트백의 외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삼각떼(아반떼)’를 닮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뾰족하게 디자인된 헤드램프의 영향으로 보인다. 반면 샤프한 모습이 날렵해 보여 차량의 특성과 잘 어울린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실내 인테리어는 다른 아우디 최신 모델에 적용되는 듀얼 디스플레이 화면이 탑재되지 않았다. 아우디 RS5 스포트백 실내에는 센터페시아 최상단에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설치하고 그 아래로는 공조기와 공조기 조작 물리버튼 등을 배치해 조작편의성을 높였다.

아우디가 실내 인테리어를 차량 등급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모습인데, 이러한 차별은 결국 원가절감 또는 급 나누기로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우디는 A6부터’라는 얘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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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5 스포트백 계기판 그래픽 중 실린더 형태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RPM(엔진회전수) 게이지는 RS 전용 그래픽으로 새롭게 추가된 형태다. / 제갈민 기자

아우디 RS5 스포트백은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보다 실제로 주행을 했을 때 그 진가를 느껴볼 수 있다.

먼저 시동을 걸면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는다. 마치 맹수의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주행모드를 RS로 설정하면 엔진음과 배기음이 더욱 부각된다. RS 주행모드는 RS1과 RS2로 나눠서 개별설정이 가능하다. 모든 세팅을 퍼포먼스에 극대화되도록 설정하면 괴물 같은 주행 성능을 가감 없이 뿜어낸다.

RS 주행모드를 설정하고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급가속을 하면 맹수가 포효하는 듯한 배기음을 뿜어내면서 단 4초 정도 만에 100㎞/h의 속도에 도달한다. 폭발적인 출력을 내면서도 콰트로 시스템 덕분에 안정적인 가속이 가능하다. 고속 주행 중 선행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급가속을 할 때는 기어가 빠르게 다운시프트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출력과 토크를 끌어 올린다. 이 과정에서 들리는 팝콘이 터지는 듯한 배기음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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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5 스포트백 개별시승 간 고속 주행 평균 연비. / 제갈민 기자

고속 주행을 이어가면서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으면 속도가 Y영역까지도 힘들이지 않고 치솟는다. 상당히 빠른 속도임에도 체감 속도는 크게 느껴지지 않고, 브레이크를 밟아 제동을 할 때도 차체는 흔들림이 없고 안정적이다. RS5 스포트백의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페달을 보면 브레이크 페달 크기가 상당히 크게 설계됐다. 잘 달리는 것보다 확실하게 정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RS 모드가 아닌 평상시 도심지 주행이나 보다 편안한 드라이빙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승차감 위주의 컴포트 주행 모드로 설정하면 된다. 컴포트 모드를 설정한 RS5 스포트백은 서스펜션이나 스티어링휠 감도, 배기음 등이 고성능 모델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일반적인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RS 모드의 거친 배기음도 억제해 조용한 주행이 가능하다.

약 800㎞ 정도를 주행하면서 측정한 연비는 서울에서 대구를 거쳐 경주, 그리고 다시 대구까지 440㎞를 주행하는 동안 10.3㎞/ℓ, 대구에서 고급유 주유 후 서울까지 300㎞ 주행하는 동안 11.0㎞/ℓ의 효율을 기록했다. 고성능 모델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준수한 연비로 볼 수 있다. 도심 주행에서는 약 7∼8㎞/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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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5 스포트백 후측면. / 제갈민 기자

◇ 몸값 대비 부실한 편의장비… 경쟁모델보다 한 세대 뒤처지는 인테리어

하지만 소비자들은 차량을 구매할 때 주행 성능보다는 편의장비 탑재 여부를 꼼꼼하게 살피면서 ‘가성비’ ‘가심비’를 많이 따진다. 이 정도 비용을 지불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성능이나 편의장비, 기술력 등이 집약된 차량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우디 RS5 스포트백은 가성비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델이다.

일단 아우디 RS5 스포트백의 국내 출시 가격은 1억2,000만원대 수준이다. 이 가격대에 경쟁 모델 중 하나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모델 AMG CLS 53 4매틱+가 있는데, 두 모델의 실내 인테리어나 편의기능을 비교하면 아우디 RS5 스포트백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모습이다.

메르세데스-AMG CLS 53 4매틱+ 모델은 벤츠만의 디지털화를 거친 인테리어로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강한 반면, 아우디 RS5 스포트백은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가격이 비슷한 고성능 모델을 비교할 경우 아우디 RS5 스포트백은 상대적으로 구형 모델 같은 느낌이 든다.

차체 크기도 아우디 RS5 스포트백은 중형 쿠페, AMG CLS 53 4매틱+은 준대형 쿠페로 차이가 나타난다. 체급 차이를 보이지만 국내 시장 판매가격은 AMG CLS 53 4매틱+ 모델이 RS5 스포트백보다 약 1,000만원 내외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아우디 RS5 스포트백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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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5 스포트백 실내 주요 부분. 우측 아래 공조기 조작부 사진을 보면 곳곳에 버튼이 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뿐만 아니라 아우디 RS5 스포트백 모델에는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옵션의 상당수가 빠져있어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우디 RS5 스포트백은 삼성 갤럭시 같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무선 미러링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케이블을 이용하면 안드로이드오토 기능을 작동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을 수납해둘 공간이 마땅치 않다. 1열 시트 사이의 콘솔박스 공간은 상당히 협소하고,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가 있어서 유선으로 연결한 스마트폰을 수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나마 컵홀더가 그나마 유일한 공간으로 보이지만, 운전자와 동승자의 음료가 있다면 스마트폰을 거치해둘 만한 공간이 여의치 않다.

또 일부 옵션이 적용되지 않았는지 센터페시아 곳곳에는 아무런 기능이 없어 눌리지 않는 버튼들이 존재한다. 통풍 시트가 가장 대표적이다. 좌우 공조기 온도조절 다이얼 옆에는 시트 열선 작동 버튼이 있는 반면, 그 아래 버튼은 비어있고 통풍 시트 버튼은 찾아볼 수 없다. 장거리 주행 간에 쾌적함이 다소 떨어지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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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5 스포트백의 시트는 상당히 단단하게 설계돼 격렬한 주행에서는 탑승객을 꽉 잡아줄 수 있으나, 승차감과는 거리가 멀다. / 제갈민 기자

아주 사소한 점이지만 스티어링휠의 각도를 조절하는 틸트&텔레스코픽 기능도 레버를 풀고 조여야 하는 수동 조절 방식으로 적용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1억원 미만의 차량들에도 다수 적용되는 사소한 기능인데 1억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차량임에도 이러한 부분에서 원가절감을 하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2열에도 시트 열선기능만 적용됐으며, 시트 중앙 등받이를 빼면 암레스트로 이용할 수 있지만 컵홀더는 설치되지 않았다. 2열의 수납함은 도어트림에 설치된 공간이 유일하다. 컵홀더도 이곳을 이용해야 한다. 선루프도 1열 부분에만 적용돼 2열 탑승객의 개방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철저히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점을 느낄 수 있는 점이다.

아우디 RS5 스포트백은 1억2,000만원을 웃도는 몸값을 자랑하는 고성능 차량이지만 경쟁 모델이나 동 브랜드의 상위급 모델들에 비해 빈약한 옵션과 한 세대 뒤처지는 인테리어 등으로 인해 가성비가 떨어지는 모델로 느껴진다. 아우디를 좋아하는 이들 중 RS5 스포트백을 구매할 정도의 여력이 되는 소비자라면 조금 더 예산을 더해 RS6 아반트 또는 RS7 모델을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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