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 사회적 약자는 보이지 않았다”며 “자유가 35번 나오는 동안 공정은 단 3번 언급됐고, 통합이나 협치, 평등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코로나로 고통받는 소상공인과 청년, 여성,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챙기겠다는 이례적인 말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후 취임사 내용에서 가장 비판 받는 부분을 바로 언급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취임식장 앞에서 있었던 전국장애인연합회 시위 등을 언급하며 “어제 취임식장 밖에서 장애인 권리보장, 차별방지법 제정, 여가부 폐지 철회를 외치는 간절한 목소리는 새 대통령의 거대한 취임사 스피커에 묻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앞으로 5년 국민의 걱정이 현실이 될까 걱정”이라며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자유는 양극화와 차별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어제 취임사에서는 국민의 삶을 개선할 그 어떤 대안도 찾을 수 없었다”며 “비판 세력은 한동훈을 앞세워 법으로 다스리고, 무한 경쟁의 자유주의로 질주하겠다는 선언이었다”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야당은 대화 상대가 아니라는 선언으로 들렸을 뿐”이라며 “민주당이 희망이다. 지방선거 반드시 이겨 사라진 통합과 공정과 상식 살려야 한다.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을 통한 양극화 차별확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경제와 균형을 회복하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살려야 한다”며 “혐오와 차별에 맞서 돈 없고 힘 없는 이들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그들의 삶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고, 그것이 곧 실질적인 공정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 또한 “유감스럽게도 어제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은 한차례도 거론되지 않았고 상식이라는 표현도 사라졌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통합과 상식 져버리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정치에 나서서 했던 말을 돌아보시기 바란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민주당의 비판이 있기 전 윤 대통령은 통합이 빠진 취임사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11일 아침 사저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바로 출근하면서 첫 출근 소감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 “뭐 어제 제가 취임사에 통합 얘기가 빠졌다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이어 “통합이라는 건 우리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의 과정이다”며 “나는 통합을 어떤 가치를 지향하면서 할 것이냐 그걸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게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각범 KAIST 명예교수와 이재호 전 한국출판문화진흥원장이 이끄는 취임사준비위원회는 16명의 토론을 거쳐 25분 분량의 취임사 초안을 만들어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윤 대통령 본인이 직접 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설문을 직접 쓰는 건 윤 대통령의 원칙이자 습관으로, 지난해 6월 29일 정치 참여 선언을 할 때나 지난해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됐을 때 그리고 지난 3·9 대선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할 때 실무자의 초안을 직접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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