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형지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수년간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장기 신용등급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패션그룹형지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패션그룹형지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수년간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장기 신용등급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등급 저하 배경 중 하나로 경쟁심화 등에 따른 브랜드력 저하가 거론돼 경영진의 수심이 깊을 전망이다.

◇ 작년 영업적자, 2배 이상↑… 장기 신용등급 결국 강등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는 지난해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작년 연결기준으로 52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손실 규모는 전년(-25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당기순손실 역시 2020년 432억원에서 지난해 902억원으로 불어났다. 매출은 2,878억원으로 전년(3,052억원) 대비 5.7% 감소했다. 

패션그룹형지는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의 여성복 브랜드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기업이다. 종속자회사로는 까스텔바작, 네오패션형지, 아트몰링 등이 있다. 패션그룹형지는 별도기준으론 38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패션그룹형지는 별도기준으로 2019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기준 실적으론 2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작년에도 손실 규모가 줄기는커녕, 대폭 불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작년부터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결국 최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결과를 맞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4일 정기평가를 통해 패션그룹형지의 장기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조정 배경으론 지속적인 실적 저하와 불안한 재무구조가 거론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측은 “패션그룹형지는 오랜 업력과 다수의 대리점 영업기반을 바탕으로 한 주력 브랜드들의 인지도는 양호한 편으로 판단되지만 여성복 시장의 경쟁심화와 의류시장 경기둔화 상황에서 브랜드력이 저하돼 최근 수년간 매출액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0년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부실 유통망 등을 정리하면서 회사의 외형이 이전 대비 크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나이스신용평가는 2021년 이후 경기 회복 및 의류수요 확대에 따른 업황 개선에도 당분간 매출액 회복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자체 브랜드들의 브랜드력 저하와 미흡한 온라인 유통망, 가두 대리점 위주의 유통망 구성 등을 감안하면 매출 회복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나이스신용평가 “브랜드력 저하 등으로 매출 회복 제한적”

그러면서 매출감소에 따른 고정비부담 확대, 대손상각비 등으로 열위한 영업수익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2017년까지 양호한 영업이익의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2018년 이후 주력브랜드의 매출액 감소, 관계사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상각비 및 브랜드 철수 비용 발생, 네오패션형지의 비용확대 등으로 저조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며 “회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유통망 효율화 등 다양한 비용절감 정책을 추진 중이나 가시적인 실적 개선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무안정성까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는 2019년 이후 리스회계 적용에 따른 리스부채 인식, 송도 신사옥 건설 자금 소요 등으로 총차입금 규모가 확대된 상태다. 여기에 당기순손실 누적으로 재무안정성 저하 추세는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패션그룹형지는 지난해 중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설정(판매관리비 371억원, 영업외비용 103억원) 등의 영향으로 대규모 당기순손실(923억원)이 발생해 2021년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이 발생하는 상황까지 맞았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송도 사옥이 완공됨에 따라 2022년 이후 추가적인 투자 자금 소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경쟁 심화에 따른 브랜드력 저하로 이전 대비 위축된 영업현금창출력이 전망돼 중단기적으로 자체 현금창출력 회복을 통한 재무안정성 개선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패션그룹형지는 올해 중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부 재무구조 개선은 가능할 전망된다. 다만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브랜드력 저하에 따른 열위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재무안정성 회복에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패션업계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기대감으로 이전보다는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이전보다 외부 활동이 늘어 패션 수요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나이스신용평는 패션그룹형지에 대해 경쟁 심화, 브랜드력 저하 등으로 당분간 수익성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연 패션그룹형지가 이 같은 우려 섞인 전망을 딛고 이전의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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