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보수 단일화를 놓고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지지율 측면에선 강용석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가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지지층의 동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강용석 무소속 경기도지사 후보의 단일화 제안이 국민의힘을 흔들고 있다. 안정적인 승리를 도모하기 위해선 보수 단일화가 필요하다지만, 강 후보의 ‘강성 이미지’가 가져올 후폭풍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단일화 ‘셈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16일 국회에서 경기 청년 맞춤형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연 후 기자들과 만나 강 후보와 단일화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선거 시작할 때와 지금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선출된 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이기 때문에 개인적 유불리를 계산하거나 홀로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그는 “함께 힘을 합쳐서 미완의 정권교체를 달성해야 한다는 그런 뜻도 잘 들어서 안다”며 “현재로서는 도민 분들과 당원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런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씀드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파후보 단일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대위 명의의 게시물에서 그는 “기본입장은 강 후보가 대변하고 있는 자유 우파 세력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지지율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 TV토론 3회 후 당적을 뺀 이름만 넣고 여론조사 1회를 거쳐 최종 후보를 결정하자는 게 강 후보의 조건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강 후보의 제안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불만의 기류가 터져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강 후보의 제안은) 안 받는다”며 “단일후보가 되면 누가 후보가 돼야 되는지 이미 결정이 난 것인데 이걸로 협상하자는 건 억지”라고 지적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개인적으로 강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단일화의 딜레마

이러한 분위기는 강용석 무소속 경기도지사 후보와의 단일화 전망에 득과 실이 모두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만 따진다면 국민의힘으로서도 강 후보와의 단일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은혜 후보가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초박빙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 후보는 4~5%의 지지율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김은혜 후보로서는 김동연 후보와 안정적인 승부를 위해선 강 후보의 지지율을 가벼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강 후보가 갖고 있는 ‘이미지’다. 사실상 강 후보를 받치고 있는 지지층이 ‘강성 지지층’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김은혜 후보가 갖고 있는 ‘지지층 이탈’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한 라디오에서 “박빙 승부이기에 단일화가 유혹적이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강 후보가 갖고 있는 이미지 그리고 강 후보에게 지지를 표현하고 있는 분들의 성향이나 태도 등을 봤을 때 너무 강성의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앞선 라디오에서 “우리 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중도 확장, 청년 중도 확장이기 때문에 극단 세력과는 경선을 통해 단일화하거나 이런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지금까지는 국민의힘의 ‘단일화 불가’와 강 후보의 ‘중도 하차 불가’가 강하게 맞붙은 상황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적절한 시점이 오면 자연스레 교통 정리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강 후보로서도 향후 정치적 행보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보수 단일화 과정을 두고 불편한 감정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강 후보가 꺼낸 단일화 제안이 국민의힘 ‘복당’과 맞물려 있다는 시선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강 후보로서도 보수 우파 진영에서 정치를 하고 싶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 데다, 대통령도 (김은혜 후보를) 도와달라고 하는 마당”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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