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 협력’ ‘의회주의’ 언급에도 싸늘한 민주당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취임식 엿새 만에 다시 국회를 찾아 2차 추가경정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경제’는 10번, ‘위기’는 9번을 언급하며 현 경제 상황이 엄중함을 강조했다. 이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거대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윤 대통령은 ‘협력’, ‘초당적 협력’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 ‘초당적 협력’ 위해 국회 찾아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했다. 약 18분간 진행된 추경안 시정연설에서 ‘경제’와 ‘위기’는 각각 10번, 9번 언급됐다. ‘국민’과 ‘개혁’은 각 7번, ‘민생’과 ‘협력’은 각 5번, ‘도전’ 4번, ‘초당적 협력’과 ‘안보’는 3번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회의(지난 11일)에서도 ‘경제 위기’와 함께 추경안의 시급한 편성을 강조했고, 그 다음날인 지난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추경안을 심의했다. 그리고 지난 13일엔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첫 현장 일정 역시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그만큼 현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추경안 시정연설에서도 어느 때보다 빠른 처리를 요청했다. 또 이날 시정연설은 역대 대통령 중 최단기간인 6일 만에 이뤄졌는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추경안 처리를 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에 직접 국회를 찾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전시 연립내각’을 언급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 언급된 ‘처칠과 애틀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과 노동당의 클레멘트 애틀리 당대표를 말한다. 처칠은 총리가 되자 보수당과 노동당 인사를 가리지 않고 거국 연립내각을 구성했다. 그리고 부총리에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제1야당인 노동당 대표 애틀리를 앉혔다. 

윤 대통령이 처칠과 애틀리의 거국 연립내각까지 언급한 이유는 현 상황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영국과 같은 위기라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이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야당에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고자 연설문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거국 연립내각을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 윤 대통령 연설에 ‘차가운’ 야당 반응

윤 대통령은 ‘초당적 협력’ 뿐 아니라 의회주의도 강조했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의회주의를 언급했던 윤 대통령은 연설 전 국회의장실에서 이뤄진 여야 지도부 사전환담 자리에서도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의회주의가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며 “법률안, 예산안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추진할 정책이 있으면 의회 지도자들과 상의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오는 2024년까지 정치 지형이 여소야대기 때문에 나온 제스처로 볼 수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은 167석으로 109석의 국민의힘보다 월등히 많다. 6·1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더라도 전반적인 지형은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가장 강한 2년 간, 거대야당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 후보자 인준 역시 국회에서 처리되므로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 후보자 인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사전환담 비공개 자리에서 ‘당선 전부터 협치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한 후보자가 총리에 적임자라 생각했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인준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지난 주 윤 대통령이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각료 후보자 중 일부를 장관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전환담에 참석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인준안 협조 부탁에 민주당 지도부는 별 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박지현 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은 ‘인사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장도 이날 시정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진정으로 협치를 추구한다면 먼저 내각과 비서실에 부적절한 인물들을 발탁한 것에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처칠과 애틀리’를 언급한 것에 대해 “적어도 처칠은 노동당과 거국 연립내각을 꾸렸는데, 윤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장관을 임명하지 않느냐”며 “장관 임명은 강행해놓고 협치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