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 갖춘 법조계 인사를 사외이사로 등용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이석웅 서우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KH그룹 계열사 IHQ도 이러한 곳들 중 하나다. /IHQ 홈페이지 화면 캡처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 갖춘 법조계 인사를 사외이사로 등용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인 닻을 올리면서 더욱 주목도가 높아진 분위기다. 코스닥 상장사이자 종합 엔터테인먼트사인 IHQ도 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IHQ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징계불복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이석웅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곳이다. 최근 주식시장 및 M&A 시장에서 각종 이슈에 휩싸여온 KH그룹 산하 계열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 이석웅 변호사 사외이사로 영입한 IHQ … 윤석열 대통령 ‘징계 불복 소송’ 대리인 눈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IHQ는 지난해 6월 이석웅 법인법인 서우 대표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1985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해 서울민사지법, 서울지법 동부지원,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춘천지법 강릉지원, 서울서부지법, 서울중앙지법에서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이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장을 끝으로 2007년 법원을 떠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기업들이 법조계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사례는 매우 흔한 편이다. 그럼에도 당시 그의 사외이사 영입 소식은 꽤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깊은 친분을 자랑하는 인사였기 때문이었다. 

이석웅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현재까지 법률대리하고 있다. 사진은 이 변호사가 2020년 12월 24일 정직 처분 집행정지 재판 2차 심문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자 서울대 법대 선배로 잘 알려졌다. 단순히 동문 사이가 아니라, 조언을 나눌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에서 받은 정직 2개월 징계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현재까지 대리해온 인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IHQ가 그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배경을 놓고 당시 뒷말이 자자했다. 측근 인사를 통한 유력 대권주자에 대한 줄대기 차원이 아니냐는 뒷말도 돌았다. 주식시장에선 IHQ가 일시적으로 윤석열 관련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를 놓고 박종진 IHQ 총괄사장은 지난해 5월 IHQ 채널 개국 간담회에서 해명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박 총괄사장은 “저희 회사에 대해 ‘윤석열 관련주’라고 하시는데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며 “이석웅 변호사와 저는 10여년 전부터 알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IHQ의 이 변호사 영입 배경을 놓고는 석연찮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엔 우선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영입을 놓고 불거지는 해묵은 논란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기업들이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를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그것이다. 즉, 정부 부처와 인연을 갖고 있는 이들을 영입함으로써 정권발 외풍을 막아주는 용도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특히 IHQ는 갖가지 구설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는 KH그룹 산하 계열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KH그룹은 KH필룩스를 필두로 KH건설, KH전자, 장원테크, KH이엔티, IHQ, 그랜드하얏트호텔 등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곳이다. 그룹의 지배주주로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KH그룹은 배 회장이 대주주인 건하홀딩스를 정점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KH그룹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공격적인 M&A를 추진해 최근 몇 년간 사세를 확장해온 기업으로 유명하다. 최근 3년간 그랜드하얏트호텔, IHQ, 알펜시아리조트 등 굵직한 매물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최근엔 쌍용차 인수전에 쌍방울과 손을 잡고 출사표를 던져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사세 확장 과정에서 많은 뒷말을 사온 곳이기도 하다. 자체 자금력을 바탕으로 M&A 추진하는 것 보다,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M&A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M&A 방식을 놓고 시장 내 의견이 분분했다. 언론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배상윤 회장을 놓고도 자본시장 업계에선 각종 뒷말이 나돌기도 했다.

◇ 입찰 담합 의혹 등 잡음 많은 KH그룹…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잇단 영입

특히 KH그룹은 지난해 알펜시아리조트 인수 과정에서 입찰 담합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대상에 떠오르기도 했다. KH그룹은 KH강원개발을 통해 지난해 6월 공개매각 입찰에 참여해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H강원개발은 KH그룹이 알펜시아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법인이다. 그런데 공개입찰 과정에서 참여한 업체 2곳이 모두 KH그룹 관계자로 알려지면서 입찰 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지난해 강원평화경제연구소가 관련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 현재 공정위와 경찰은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KH그룹 측은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관련 경쟁 입찰에 두 개 계열사가 참여했음을 인정했지만 나머지 한 곳이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룹은 KH필룩스를 필두로 KH건설. KH전자, 장원테크, KH이엔티, IHQ, 그랜드하얏트호텔 등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곳이다. 그룹의 지배주주로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을 올리고 있다. /KH그룹 홈페이지 캡쳐

언론 보도 및 지역시민단체 주장 등에 따르면 KH강원개발 외에 응찰한 KH그룹 관계사는 옛 KH리츠(현 KH농어촌산업)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는 IHQ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지난해 5월 설립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마감을 하루 앞두고 사명을 ‘KH리츠’에서 ‘평창리츠’로 변경했다. 이후 한 달 만인 그해 7월 다시 현재의 사명(KH농어촌산업)으로 변경했다.  

KH그룹은 알펜시아리조트 인수를 위한 잔금을 모두 납부한 상태다. 하지만 입찰 담합 의혹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공정위가 담합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린다면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KH그룹 측은 그룹 관계사 입찰 2곳이 동시 입찰했지만 불법적인 담합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 같은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사외이사의 존재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사외이사를 활용한 방패막이 논란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같은 시선에 대해 본지는 IHQ 측에 입장을 문의하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와 연결이 닿지 않았다. IHQ 측은 “담당자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회신을 주지 않았다.  

한편, KH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KH필룩스는 올 3월까지 정대철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사외이사로 있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정 고문은 민주당계 원로 정치인으로 2016년 10월부터 6년간 필룩스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정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정 고문의 후임으론 검찰 수사관 출신인 곽호근 이사가 영입됐다. 곽 이사는 의정부지방검찰청과 부산지방검찰정,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현재 정인법무사사무소 법무사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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