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후죽순(雨後竹筍)’은 ‘비온 뒤 여기저기서 솟아나는 죽순’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한때에 많이 생겨남을 비유하는 사자성어다. 유행에 따라 갑작스럽게 어떤 서비스나 제품들이 대다수 출시될 때도 자주 사용된다.

이는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도 적용 가능한 말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 기술과 관련한 서비스들이 그야말로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어떤 산업 분야보다 선점 효과가 중요한 IT산업 분야에서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출시되는 IT서비스들을 보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올 뿐’ 소비자들의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한 서비스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IT업계에서 경쟁적으로 선보인 가상 세계 ‘메타버스(Metaverse)’ 서비스들은 소비자들의 공감과 필요성을 반영했다기보다는 그저 시장의 선점을 위해 ‘깃발’을 꽂듯 출시됐다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메타버스에 대한 인식 역시 높지 않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6.3%만이 ‘메타버스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투자자들의 67.2%가 ‘메타버스 관련 투자는 아직 신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즉, IT업계에서 한 발짝 떨어져 투자자와 소비자라는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메타버스는 아직 어색하고 확실하지 않은, 실체가 불분명한 분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IT기업들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메타버스 서비스가 과연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결코 ‘기우(杞憂)’는 아닐 듯싶다.

또한 이런 서비스의 실용성과 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소수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도 현재의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직면한 문제점이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 제작 기업들에서는 ‘아직 미완성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고는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빨리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물론 IT분야 전문가들 다수는 여전히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쏟아낸 부족한 품질의 서비스들은 소비자들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동시에 표한다. 

결국 메타버스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조금 느리게 출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완성품에 가까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IT업계가 해야할 일일 것이다. 메타버스가 비온 뒤 급하게 자라 가늘고 연약한 대나무가 아닌,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 굵고 튼튼한 참나무처럼 굳건히 자라나기 위해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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