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서 헌화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서 헌화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열린 가운데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민주당 지도부가 총집결했다. 오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추도식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3일 오후에 열린 추도식에는 5년 만에 다시 참석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과 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선 패배 이후 오랜만에 이낙연 전 총리와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야당 인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풍경이 연출됐다.

추도식을 기획한 노무현재단은 정치대립을 해소하고, 노 전 대통령이 바란 소통과 통합의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자는 취지를 담아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는 주제로 추모식을 진행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공식 추도사를 하며 문재인 전 정부에 공을 돌렸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우리 주제에 무슨 균형자냐’ ‘한미 동맹이나 잘 챙기라’는 보수진영의 비난 비아냥으로 곤욕 치르기도 했다”며 “그런데 오늘 이자리에 문재인 전 대통령도 와계시지만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는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 됐고 6위 군사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고 말해 환호를 자아냈다.

그러면서 “최근 대선에 패배한 후 기운이 안 난다고 말하는 분 적지 않다”며 “뉴스도 보기 싫다고 말하는 분이 많은데, 그럴수록 더 각성해서 민주당을 키워나갈 수 잇는 힘을 모아달라”고 지방선거를 의식한 발언을 했다.

정세균 이사장도 인사말을 통해 “시민의 권력으로 탄생한 노무현 대통령을 우리가 여전히 그리워하는 이유는 어쩌면 끝끝내 이루지 못한 그의 꿈 때문일 것”이라며 “깨어있는 시민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바랐던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자. 특권과 반칙을 배격하고 원칙과 상식을 기반으로 정의로운 나라, 시민이 자유로운 세상 만드는데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야권 집결을 호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참석 후 본인의 SNS를 통해 “그리운 세월이었다”며 “우리는 늘 깨어있는 강물이 돼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짧은 소회를 남겼지만, 이재명 위원장과 함께 오찬을 가진 후 5년 만에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 야권 지지자들을 결집하게 하는 효과를 남겼다.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인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인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한미정상회담 컨벤션 효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최근 민주당은 대선 패배와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효과 등으로 지방선거에서 지지층 결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은 연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중앙선대위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를 거론하며 “노무현의 꿈을 망치는 자들이 노무현의 꿈을 잇겠다고 하니 통탄스럽다”고 이 후보를 겨냥하기까지 했다.

이 위원장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형선 계양을 후보가 이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미정상회담의 컨벤션 효과가 영향을 크게 미친다. 최근 당내에 생긴 여러 문제와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계속 악순환하는 상황이다”며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우리 후보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운데 저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에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60여명의 의원들이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노무현’이라는 이름 아래 지지층의 마음을 다시 모아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박홍근 원내대표는 봉하마을 방문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보복 수사에 앞장섰던 당시 검찰의 잘못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어진다면 훨씬 국민통합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꼭 사과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추도일을 맞아 과거 검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책임 있는 메시지가 어떤 식으로 나와 주면 좋겠다”고 검찰 출신의 윤 대통령을 견제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도했다.

조오섭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독주에 맞설 수 있는 지방정부를 세워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구하고 국가균형발전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 민주당 후보들에게 투표해주시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가 한 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포괄적 메시지 외에 어려운 민주당의 처지를 뒤집을 타개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내부분열을 멈추고 윤석열 정부의 견제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며 “5년만에 정권을 빼앗겼으면 반성하고 집결해야 하는데 가장 견제해야 하는 것이 계파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위원장을 필두로 모두 마음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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