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만찬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만찬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올려 경례한 사진이 올라온 뒤 갑론을박 중이다. 우리 대통령은 외국 국기에 경례를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SNS 계정에 올라온 만찬 사진에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뒤편에 자리한 바이든 대통령의 일행이 엄숙하게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올라왔다. 반면 같은 사진에 찍힌 박병석 국회의장과 한국인 참석자들은 차렷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이 공개된 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가 원수의 자격으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경례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박으로 논쟁이 일었다.

논란이 가중되자 대통령실은 “상대방 국가 연주 시 예를 표하는 데 대한 어떠한 제한 규정도 없다”며 “상대국에 대한 존중 표시로, 의전상 결례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권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존엄을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상대 국가에 대한 의전상 결례가 아니었다"고 ‘동문서답’하면서 비판이 더 격화됐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상대국에 대한 존중의 의미였으나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겸허히 수렴하겠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하는 정부가 대체 국정 운영의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국기에 대한 경례’에 대해 대통령실은 “의전을 철저히 준수하는 군 행사의 경우 양국 국가 연주 시 전 과정에서 경례를 유지한다”며 “행정안전부의 ‘대한민국 국기법’과 정부의전편람에 따르면 상대방 국가 연주 시 예를 표하는 데 대한 어떠한 제한 규정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기법시행령 제3조 국기에 대한 경례방법에 따르면 '①제복을 입지 아니한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오른손을 펴서 왼쪽 가슴에 대고 국기를 주목한다. ②제복을 입지 아니한 국민 중 모자를 쓴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오른손으로 모자를 벗어 왼쪽 가슴에 대고 국기를 주목한다. 다만, 모자를 벗기 곤란한 경우에는 제1호의 방법에 따를 수 있다. ③제복을 입은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거수경례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규 상 태극기에 대한 경례 방법만 규정돼 있는 것이다. 이에 단순히 법규만 놓고 보자면 대통령실의 해명처럼 윤 대통령이 미국 국기에 경례한 것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대통령의 해명이 나온 다음 날 라디오에서 “‘상대국을 존중하는 표시로 일부러 그랬다’는 해명을 하니까 화가 나는 것”이라며 “존중을 표시하느라고 일부러 그랬다는 식으로 해명을 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 정상과 만날 때 외교 행사에서 왜 안 했나? 미국 존중 안 한 건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애국가 나올 때 가만히 있지 않나. 그럼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나라 존중 안 한 건가”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실의 해명을 ‘엉터리’라고 지적하며 “앞으로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할 건가. 미국만 존중하고 다른 나라는 존중 안 할 거냐”고 일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가 2017년 11월 7일 오후 환영 국빈만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내외가 2017년 11월 7일 오후 환영 국빈만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4월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공식환영식에 참석해 사열을 받으며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4월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공식환영식에 참석해 사열을 받으며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미국 국민의례가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슴에 손을 얹고 경례했으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차렷 자세로 예를 표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차렷 자세로 서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례를 하는 동안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기다리는 사진이 공개된 적 있다.

아울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1년 미국을 국빈방문해 백악관 공식 환영 행사에서 국민의례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애국가가 연주 될 때 이 전 대통령이 경례를, 미국 국가가 연주 될 때는 오바바 대통령이 경례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일본으로 향했고, 일본 아카시아궁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경례하지 않고 차렷 자세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정상회담에서 타국 국가 원수가 국민의례를 하는 동안 자국 대통령은 단정한 자세로 기다려온 게 관례다.

 

※최종결론 : 절반의 사실

 

근거자료

- 대한민국 국기법시행령 제3조

-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정부 한미 정상회담 자료

- 기시다 총리 미일 정상회담 사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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