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의 계열사인 일진머티리얼즈의 매각 추진 소식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건실한 알짜 회사가 인수합병 시장에 돌연 나온 만큼 그 배경을 놓고 의문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일진그룹의 계열사인 일진머티리얼즈의 매각 추진 소식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건실한 알짜 회사가 돌연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만큼 그 배경을 놓고 의문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일진머티리얼즈의 주가는 24일부터 3거래일 간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24일 9만4,800원의 시초가를 형성했던 주가는 3일간 하락세를 보여 26일 종가기준으로 8만1,600원까지 떨어졌다.

갑작스런 주가 변동엔 매각 추진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은 일진머티리얼즈가 매각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고 최근 국내·외 인수 후보군에 ‘티저 레터(간단한 투자설명서)’를 발송하는 등 매각 작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매각 대상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소유한 지분 53.3%다. 허재명 대표는 일진그룹 창업주 허진규 회장의 차남이다. 

이날 일진머티리얼즈는 이 같은 매각 추진설에 대해 “현재 최대주주는 일부 원매자들에 대해 지분매각 등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즉, 매각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 자체는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매각 추진 소식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실한 실적과 재무건전성, 그리고 미래 성장성까지 갖춘 기업을 굳이 매물로 내놓을 필요가 있냐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동박(일렉포일·Elecfoil)’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해 약 6,889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올해 1분기 기준 회사의 부채율은 21% 수준에 불과하다. 시가총액도 3조7,000원을 훌쩍 넘기기고 있다. 여기에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건설, 일진유니스코, 오리진앤코, 일진오리진앤코 등의 다수의 자회사도 거느리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알짜 회사를 갑작스럽게 매각하다보니 시장에서 의문은 증폭하고 있는 분위기다. 매각 배경을 놓고도 다양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우선 시장에선 최근 일진그룹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보내고 있다. 일진그룹은 지난 5월부터 대기업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선 데 따른 조치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 집단은 각종 공시 의무와 함께 강화된 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를 받게 된다. 

일진그룹은 내부거래 비중은 높은 계열사가 많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부담에 클 것으로 전망돼 왔다. 이 같은 부담을 피하고자 덩치가 큰 계열사에 대한 매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었다. 여기에 일진머티리얼즈에 대규모 투자가 지속돼야 하는 부담 등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도 함께 나왔다. 

매각이 현실화된다면 허재명 대표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지도 주목된다. 허 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매각으로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자적인 사업 기반 마련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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