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열관리기업인 한온시스템이 심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주가가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신용등급마저 강등됐기 때문이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자동차 열관리기업인 한온시스템이 심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주가가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신용등급마저 강등됐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사업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에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 1년 넘게 힘 못 쓰는 주가 ‘어쩌나’

3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온시스템은 전 거래일 대비 0.44% 내린 1만1,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1년 넘게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6월 21일 장중 고점(1만8,850원)과 비교하면 최근 주가는 40% 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1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엔 투심이 더욱 얼어붙은 분위기다.

한온시스템의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05억원으로 전년 동기(940억원) 대비 6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9,801억원으로 5.9% 증가하고 당기순이익은 223억원으로 62.9% 줄었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이었다. 실적 발표 후 일부 증권사들은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며 한온시스템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12일 한온시스템에 대해 “실적 기대치를 하회했다”며 목표주가를 2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낮췄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의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대폭 하회했다”며 “알루미늄 가격 급등과 가스·운송비 증가 등 각종 원가 상승 부담이 컸으며 기대 이하의 가격 전가 능력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직접 영향에 노출됐던 독일 메이커의 매출 비중이 높은 점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고객사의 생산 계획을 감안했을 때, 실적은 1분기를 저점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각종 비용 증가 요인이 판가에 충분히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과거 평균 수준의 영업이익률(4~5%)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실적 부진으로 M&A 추진 동력이 약화됨에 따라 지난해의 프리미엄 요인도 희석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한온시스템은 최근 신용등급 강등 이슈까지 맞이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7일 한온시스템의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추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 실적 부진과 재무부담 이슈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 

나이스신용평가는 사업 실적 개선이 지연될 수 있는 점을 신용등급 조정 배경으로 제시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한온시스템은 자동차부품사 중 수위권의 영업수익성을 유지했으나, 2017~2020년 완성차시장 위축에 따른 가동률 하락과 2020년 코로나9로 인한 공장가동 중단 및 구조조정 비용 발생 등으로 2021년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완성차 생산 차질과 주요 원재료인 알루미늄 가격의 상승과 운송비 증가 영향으로 영업수익성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환경차관련 고부가 제품의 실적 비중 확대와 구조조정에 따른 운영 효율성 증대 효과 및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완화에 따른 가동률 개선에도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의 셧다운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및 운송비 부담이 지속돼 있어 수익성 등 사업실적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높아진 재무부담도 신용등급 조정 배경으로 작용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한온시스템의 부채율과 순차입의존도는 239.0%, 29.2%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 등급수준 대비 재무부담이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차 생산능력 확충과 마그나사업부문 인수 등 사업기반 확대를 위한 대규모 선투자를 지속함에 따라 순차입금 규모가 계속 증가해왔다. 2017년 1,821억원 수준에 그쳤던 순차입금은 올해 3월말 기준 2조4,000억원까지 치솟았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회사의 우수한 사업경쟁력에 기초한 현금창출능력과 보유 현금성자산 등을 감안할 때 점진적인 재무안정성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나, 사업실적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수주대응을 위한 높은 CAPEX(설비 투자를 위한 자본지출) 부담, 주주 환원에 따른 배당금 지급소요 등을 함께 고려하면 자체 창출 현금을 통한 의미 있는 수준의 차입금 감축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 측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부터 한온시스템에 대한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다. 당초 매각가는 7~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높은 몸값으로 매각 작업은 1년 넘게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가 및 신용도가 흔들리면서 투자시장 안팎에서 적정 매각 협상 가격을 조정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키워드

#한온시스템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