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탄소배출 저감 등 ESG 경영 총력… 자동차 업계는 거꾸로
수입 차량 CO₂ 배출량, MHEV 〉 디젤… 연비도 가솔린 모델과 도긴개긴
저공해차 측정 항목, NOx·미세먼지·NMHC·NMOG 4종… COx 배출 기준 無

연료와 전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혜택이 내년부터 또 줄어든다. / 게티이미지뱅크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차량은 동급 경쟁 모델의 디젤 차량보다 탄소산화물 배출량이 대부분 높은 편에 속하지만 저공해차량으로 분류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산업계 화두는 ‘ESG’ 경영이다. ESG란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뜻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ESG 경영에 발맞춰 전기 배터리와 모터를 이용한 전기자동차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기차 전환 과도기인 현재는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출가스의 유해물질을 최대한 저감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하이브리드(HEV) 모델이며, 여기서 파생된 것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다. 이 역시 ESG 경영의 일환이다.

그런데 MHEV 모델의 경우에는 탄소배출량이 일반 가솔린 모델이나 디젤 모델에 비해 높게 측정돼 ‘저공해 친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MHEV 모델로 인증 받은 차량은 디젤 차량과 달리 일부 혜택을 누리고 있어 일각에서는 저공해차 산정 기준을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수입차 등록자료를 살펴보면 판매량 상위권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 주요 하이브리드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E 350 4매틱이다. 지난달에는 벤츠 C 300과 렉서스 ES300h, 토요타 라브4 HV, 볼보 S90·XC40 등도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해당 모델은 HEV 및 MHEV 모델로 알려져 있어 ‘저공해 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1㎞당 배출하는 탄소산화물(COx)의 양은 렉서스 ES300h와 토요타 라브4 HV 모델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MHEV=저공해’라는 공식이 깨진 모습이다.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대체로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의 라인업을 구축해 연비가 좋은 점이 특징이다. 사진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 한국토요타자동차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대체로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의 라인업을 구축해 연비가 좋은 점이 특징이다. 사진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 한국토요타자동차

하이브리드 명가로 알려진 토요타 및 렉서스의 주요 모델을 살펴보면 1㎞ 주행 시 COx 배출량은 △렉서스 ES300h 93g/㎞ △토요타 라브4 HV 102g/㎞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84∼91g/㎞ 등 수준이다. 렉서스와 토요타에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은 스트롱하이브리드로, 일반적인 HEV나 MHEV와는 달리 배터리와 모터가 엔진 구동에 적극 개입해 탄소배출량과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반해 하이브리드 기능이 보조적인 성격이 강한 MHEV 모델은 탄소저감 효과가 크지 않다. 주요 수입 MHEV 모델의 1㎞ 주행 시 COx 배출량은 △벤츠 E 350 4매틱 172g/㎞ △벤츠 C 300 143g/㎞ △볼보 S90 151g/㎞ △볼보 XC40 169g/㎞ 등으로 집계됐다. 탄소배출량만 놓고 본다면 동급 경쟁 디젤 차량이 오히려 적은 수준이다.

벤츠 E 350 및 볼보 S90의 경쟁 모델 BMW 5시리즈 523d x드라이브와 아우디 A6 40 TDI 콰트로 및 45 TDI 콰트로 모델의 COx 배출량은 각각 123g/㎞, 133g/㎞, 148g/㎞ 수준이며, 벤츠 C 300 경쟁 모델인 BMW 3시리즈 320d x드라이브와 아우디 A4 TDI 콰트로는 각각 141g/㎞, 138g/㎞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XC40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활약으로 연간 누적 판매대수 1만대를 지난 10월 달성했다.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에서 판매하는 차량은 모두 MHEV 모델이지만 탄소배출량 저감 효과는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들에 비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은 XC40 마일드 하이브리드. / 볼보자동차코리아

SUV 모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볼보 XC40과 동급 경쟁 모델로 꼽히는 BMW X2 x드라이브 18d는 COx 배출량이 140g/㎞, 아우디 Q3 35 TDI는 129g/㎞,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은 142g/㎞, 푸조 3008 1.5 블루 HDI는 118g/㎞ 등이다.

MHEV 차량의 탄소배출량이 대체로 디젤 모델보다 높은 형국이다. 그렇다고 연비 부분에서 효율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각각 동급 경쟁 모델의 가솔린 차량과 비교하더라도 연료효율 차이는 미미하다. 오히려 일반 가솔린 모델의 연료효율이 동급 MHEV 모델들 보다 더 좋은 수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MHEV 모델들은 대부분이 저공해자동차 2종으로 분류되고, 이를 통해 공영주차장이나 관공서 주차장 등에서 요금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환경부의 ‘저공해차 배출가스 등급 산정기준’에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환경부 저공해차 등급 산정에서 측정하는 항목은 질소산화물(NOx)·미세먼지(PM)·비메탄 탄화수소(NMHC)·비메탄 유기 가스(NMOG) 4종이다. 탄소산화물은 측정하지 않는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탄소산화물의 일종인 이산화탄소(CO₂)는 ‘온실가스’로 분류된다. 결국 탄소산화물이 공해에 미치는 영향이 존재함에도 환경부에서는 저공해차 등급을 산정할 때 이를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다.

환경부 측 관계자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 6의2에 따르면 저공해자동차의 배출허용기준으로 일산화탄소(CO) 기준은 존재하지만, 저공해자동차 등급제(산정 기준)에는 탄소산화물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CO₂는 연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규제 물질이 아니라서 탄소산화물 배출량이 많더라도 다른 것(NOx, 미세먼지 등)이 기준에 충족하면 저공해차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CO₂ 배출량이 많은 차량은 연비가 좋지 않은 차량으로 볼 수 있는데, 단위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에 연료 소모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유해물질 배출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량이 1,000㎞ 또는 1만㎞ 정도를 주행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연료 소모가 많고 그만큼 유해물질 배출도 많을 수 있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환경부에서는 이러한 저공해차 기준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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