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KB손보, 여성피보험자만 혜택 받는 특약 존재
삼성·현대·DB, 특약 적용 범위 ‘피보험자 가족’까지

/ 게티이미지뱅크
일부 손해보험사에서 자동차보험 내에 ‘여성 운전자 전용’ 특약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이 자동차보험 특약으로 ‘여성 운전자 전용’ 특약 상품을 10년 이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약 상품의 경우 각 보험사별로 별도로 상품을 마련해 운영할 수 있지만, 특정 성별에 국한해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의 이러한 여성 전용 특약 상품은 최근 남녀평등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와 배치되고 시대에 뒤처지는 특약으로 보일 수 있다.

메리츠화재가 운영 중인 자동차보험 여성 운전자 전용 특약 상품은 ‘여성 중대사고 보상’ 특약이다. 해당 특약은 지난 2010년 메리츠화재가 여성을 위한 온라인 자동차보험 ‘올리브(alleve)’를 론칭하면서 생겨났다.

메리츠화재는 올리브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는 여성피보험자에게 ‘여성 중대사고 보상’과 ‘성형 및 치아보험 지원’ 등 4가지의 특약 혜택을 제공했으며, 현재까지 여성 전용 특약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 중대사고 보상 특약은 메리츠화재 자동차보험 가입 시 선택할 수 있는데, 여성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어 자기신체사고 또는 자동차상해에 의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 화상 위로금(100만원∼1억원) 또는 성형 위로금(100만∼500만원)이 지급된다. 특약 선택 시 추가 비용은 단돈 200원이다.

/ 메리츠화재 자동차보험 산출 및 가입 페이지 갈무리
메리츠화재에서 운영 중인 여성 중대사고 보상 특약은 피보험자가 여성인 경우에만 가입이 가능하며, 혜택도 여성에 국한돼 제공된다. / 메리츠화재 다이렉트자동차보험 페이지 갈무리

세부적인 화상 위로금 지급 기준은 화상으로 인한 피부 손상이 △전신 기준 4.5% 이하(100만원) △전신 4.5% 초과∼9% 이하, 얼굴 포함 4.5% 이하(500만원) 등인 경우 지급한다. 또 성형위로금은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해 안면부에 상해를 입어 성형치료를 한 경우 중증상해의 경우 500만원을, 일반상해의 경우 100만원을 지급한다. 단, 화상 위로금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성형 위로금은 지급하지 않는다.

단 200원의 특약 상품으로 운전 중 사고로 화상이나 상해를 입을 경우 여성에게만 추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셈이다. 반면 남성은 해당사항이 없으며, 남성 운전자를 위한 별도의 추가 보상 특약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KB손해보험에서도 ‘여성 Care’라는 특약으로 여성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을 경우 성형 지원금과 치아보철 지원금, 건강회복위로금을 추가로 지원한다. 해당 상품은 2002년 만들어졌다.

이러한 여성 전용 특약 상품은 과거 여성 운전자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는 남성과 여성의 운전자 비율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운전면허소지자 현황은 총 3,319만명이다. 이 중 남성은 1,914만명, 여성은 1,405만명이다.

또한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남녀평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특정 성별에 치우친 상품은 상대적으로 방향성이 달라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다.

주요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특약을 살펴보면 삼성화재나 현대해상의 경우에는 성형·치아보철비용지원 특약이 존재하지만 이는 피보험자와 피보험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폭넓게 적용하고 있어 성격이 다르다. 특정 성별만을 지정해 추가로 지원하는 것이 아닌 피보험자의 가족이라면 누구든 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어 성형이 필요한 경우 위로금 명목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보면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은 여성운전자를 위한 화상·성형 위로금 추가 특약만 운영하고 있고, 남성 운전자를 위한 상해 위로금 특약은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DB손해보험에서도 자동차보험 특약으로 ‘여성안심용품’을 운영하고 있지만, 메리츠화재나 KB손해보험의 위로금 특약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DB손해보험 여성안심용품 특약은 여성 피보험자가 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을 시 휴대용 소화기, LED 플래시, 휴대용 구급키트, LED 안전 삼각대, 차량유리 발수코팅제 등 안심용품을 지원하는 것이다. 성형 및 치아보철 지원금 특약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여성전용 자동차보험 ‘올리브’가 만들어지고 운영될 때 해당 특약을 마련한 것이고, 기존에 만들었던 특약을 보험사 입장에서는 굳이 없앨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남겨둔 것이지만 해당 특약 가입률은 거의 없는 수준으로 보면 된다”며 “이런 여성 운전자 특약은 여성 운전자가 늘어남에 따른 마케팅 포인트인 것이지, 이를 여성과 남성을 구분지어서 성차별이라고 하는 것은 확대해석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도 “사회적 약자로 해당되는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특약으로, 비슷한 것으로는 자녀케어와 실버케어라는 것이 존재한다”며 “특약은 기본 약관에 더불어서 제공되는 추가적인 보상인데, 이 상품(여성케어 특약)은 2002년에 만들어지다 보니 그 당시 상황이 적용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일부 적용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여 년간 시대가 변화하는 것에 맞춰 특약 내용을 여성에 국한된 것이 아닌 피보험자의 가족이 보장 받을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여성 전용 특약보다 운전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상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었을 때 자기신체사고나 자동차상해 보험 부분에서 어느 정도는 치료가 가능한데, 두 보험사의 여성 전용 특약은 치료 목적 이외에도 미용성형 목적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용성형 특약의 경우 남성 피보험자들의 가입 비중이 현저히 낮을 가능성이 있어 여성 중심의 특약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성별에 관계없이 치료 이외에 미용성형을 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남녀 구분을 하지 않고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 보다 합리적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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