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월 미국차 판매대수, 전년 대비 43%↓… 美 5개 브랜드 전부 하락세
대부분 가솔린 엔진 구성, HEV 제한적… 전기차 도입 지지부진

지프가 국내에 레니게이드 1.3ℓ 가솔린 엔진 모델 도입을 준비 중이다. / 지프 미국 홈페이지 갈무리
지프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프는 지난해 1만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만대 클럽 진입이 힘겨워 보인다. 사진은 지프 레니게이드. / 지프 미국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올해 국내 수입자동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유독 미국 자동차 브랜드의 인기가 시들하다.

지난해 연간판매 1만대 클럽에 오른 지프마저 올해 상반기 힘을 쓰지 못하면서 지난 5월까지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다른 미국차 브랜드인 포드·링컨과 쉐보레·캐딜락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지난 5월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5월 국내 수입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0.9% 하락했다. 국가별 브랜드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스웨덴 자동차가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6.6% 판매량 상승을 기록했고 그 외에는 전부 하락했다.

세부적으로는 △미국 -43.4% △일본 -25.0% △이탈리아 -13.8% △프랑스 -10.9% △독일 -5.9% △영국 -5.7% 순으로 판매량 감소가 크게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판매 하락을 보인 곳은 미국 자동차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쉐보레 이쿼녹스의 국내 출시 가격은 4,000만원대 초반부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지엠
쉐보레의 올해 1~5월 누적 판매 대수가 2,029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8% 감소해 미국차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큰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사진은 쉐보레 이쿼녹스. / 한국지엠

미국 자동차 판매 하락은 특정 브랜드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부 다 공통적인 상황이다. 미국차 중에서도 판매 감소 폭이 가장 큰 브랜드는 쉐보레로, 올해 1∼5월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49.8% 줄어들었다. 이어 지난해 1만대를 넘긴 지프가 전년 대비 45.0% 판매 감소를 기록해 올해는 1만대 클럽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포드도 판매대수가 44.6% 줄어들었고,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딜락과 링컨은 각각 33.9%, 26.3% 판매 감소를 기록 중이다.

올해는 2016년과 2019년에 이어 전반적으로 수입차 판매가 약세인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미국차의 판매 감소 원인도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공해를 줄이기 위해 기존의 내연기관 모델을 하이브리드(HEV·PHEV) 및 전기차(BEV) 등 저공해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차 브랜드는 이러한 움직임이 지지부진하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미국차는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거나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이제는 흔한 HEV·PHEV 모델이 미국차 브랜드 사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며 BEV 모델도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쉐보레의 볼트 EV·EUV가 유일한데, 이마저도 배터리 교체 리콜로 인해 출고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판매량 증대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 링컨 홈페이지 갈무리
링컨은 준대형 SUV 에비에이터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미국 브랜드 차량 중에 흔하지 않은 PHEV 모델을 함께 투입했지만, 높은 가격으로 인해 대중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 링컨 홈페이지 갈무리

그나마 미국차 브랜드에서 판매 중인 PHEV 모델로는 △지프 랭글러 4XE △포드 익스플로러 PHEV △링컨 에비에이터 PHEV 3종이 있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 중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은 포드 익스플로러 PHEV인데, 부대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면 실 구매가격이 7,000만원을 웃돈다. 지프 랭글러 4XE는 9,000만원대, 링컨 에비에이터 PHEV는 1억원이 넘는다.

쉐보레와 포드 등 미국 브랜드는 미국 현지 시장에서 현재 BEV 모델을 시중에 판매 중이거나 내년 판매 시작을 앞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쉐보레의 실버라도 EV와 이쿼녹스 EV, 포드 F-150 라이트닝, 캐딜락 리릭 등이 있다. 그러나 해당 모델의 국내 도입 여부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에 반해 유럽 자동차 브랜드는 HEV·PHEV를 비롯해 BEV 모델 투입에 적극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벌써 EQC를 시작으로 EQA·EQS를 국내에 출시해 판매 중이며, 조만간 EQB, EQE 모델 등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BMW는 iX·iX3·i4 3종을 판매 중이며, 7시리즈의 전기차 모델 i7 모델을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쯤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아우디도 e-트론과 e-트론 스포트백, e-트론 GT 등 전기차를 판매 중이며, Q4 e-트론 모델도 출시 시기를 조율 중이다.

볼보에서는 최근 XC40 리차지 및 C40 리차지 2종의 전기차를 출시했고, 폴스타는 폴스타2를 앞세워 전기차 브랜드로 국내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 외에도 포르쉐와 미니, 푸조·DS 등도 전기차 모델 판매를 이어오고 있으며, 스트롱 하이브리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연비·저탄소 모델로 라인업을 꾸린 한국토요타자동차에서도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 렉서스 UX 300e 출시를 앞두고 있다.

미국차 브랜드가 대중들에게서 관심을 끌고 경쟁력을 갖춰 판매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PHEV나 BEV 모델의 적극적인 투입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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