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오너일가 4세 이규호 부사장이 후계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코오롱그룹 오너일가 4세 이규호 부사장이 후계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오롱그룹이 언제쯤 총수 공백 사태를 마치고 4세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을까.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이규호 부사장이 성과 쌓기를 이어가며 입지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보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 성과 ‘착착’ 쌓아가는 이규호 부사장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정결과에서 전년보다 2계단 하락한 42위에 이름을 올린 코오롱그룹은 이번에도 동일인이 이웅열 명예회장이었다. 

하지만 이웅열 명예회장은 2018년 11월 은퇴를 선언한 뒤 코오롱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당시 그는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입을 앙 다물었다. 입이 다 금이 간듯하다. 여태껏 턱이 빠지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다.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겠다”며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걷겠다”고 깜짝 은퇴 발표를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일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개최된 대통령 취임식에도 재계 총수로서 참석했다. 

이처럼 야심차게 은퇴를 선언했던 이웅열 명예회장이 코오롱그룹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의 자리를 채울 후계자의 부재 때문이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현재도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을 49.74%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현직 그룹 최고위경영인은 코오롱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안병덕 부회장이지만, 어디까지나 전문경영인일 뿐이다.

물론 후계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부사장이 후계자로서 잰걸음을 이어나가고 있다.

1984년생으로 여전히 30대인 그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2014년 코오롱글로벌 부장,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2017년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COO 전무에 이어 2020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 부사장으로 승진가도를 달려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후계자로서 필요한 명문을 쌓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규호 부사장이 부임한 이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실적이 뚜렷한 감소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을 맡은 이후 해당 부문의 실적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규호 부사장 부임 직후인 지난해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의 매출액은 2조5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한 것일 뿐 아니라, 역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자동차부문의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무려 65.61% 증가한 571억원을 남겼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2.2% 증가한 4,386억원이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92.19% 증가한 236억원을 기록했다. 수입차업계 전반이 반도체 수급대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후계자로서 내세울 성과가 필요했던 이규호 부사장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실적이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은퇴를 선언할 당시 장남에 대한 승계 관련 질문을 받고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이규호 부사장이 ‘명분 쌓기’를 위해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곳에 배치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내세울 성과가 딱히 없었던 이전에 비해 후계자로서의 체면을 지키게 된 것은 분명 사실이다.

이처럼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을 발판 삼아 후계자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이규호 부사장은 지난해 9월 15개 기업들이 모여 출범한 수소기업협의체에 코오롱그룹 대표로 참여하며 그룹 내 수소사업을 총괄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또한 2020년 1월부터 코오롱 CSO(최고전략책임자)를 겸직해온 사실이 올해 초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 특히 그는 코오롱 CSO로서 그룹 전반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사업구조 혁신을 이끄는 ‘구조혁신단’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규호 부사장은 지난 1월 말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생존력을 갖춰야 한다”며 “코오롱만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규호 부사장이 본인 명의로 임직원들에게 보낸 첫 사내 이메일이었다.

물론 이규호 부회장이 이웅열 명예회장에게 진정한 은퇴를 안겨주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각종 성과 등 후계자로서의 명분 뿐 아니라, 지분 승계 등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그는 코오롱그룹 지분을 일체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규호 부사장은 최근 개인적으로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다음달 6일 결혼한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진 것이다. 실적 고공행진과 함께 후계자로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규호 부사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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