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후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 여사를 예방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이 여사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후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 여사를 예방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이 여사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며 “법 외적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다”고 부연했다. 당시 김건희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자 전면에 나서지 않는 ‘조용한 내조’ 입장을 내세운 것이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의중은 ‘공약’으로 구체화 됐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은 최근 김 여사의 광폭행복과 맞물리며 흔들리고 있다. 사실상 ‘공적 지위’에 있는 대통령 부인의 행보가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며 ‘제2부속실’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6일 국회에서 “민주당의 몽니와는 별개로 대통령실에서도 제2부속실 설치 여론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부인이란 자리의 역할과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영부인 내조는 공적 영역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제2부속실을 만드는 게 맞다”며 “자꾸 사적인 조직을 쓰게 되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란은 김 여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봉하마을을 방문하면서 불거졌다. 김 여사와 동행한 인물 중 한 명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으면서다. 온라인 등에서 해당 인물이 ‘무속인’이라는 소문이 돌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콘텐츠 전무이자 대학교수라고 해명했다. 그는 인수위원회 사회복지 문화분과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처의 오랜 부산 친구”라며 이번 동행을 두둔하기도 했다.

‘무속인’이라는 소문은 잦아들었지만 논란이 가시지는 않았다. 김 여사의 활동이 사실상 ‘정치적 행보’임에도 ‘사인(私人)’을 대동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부속실을 축소해 대통령실의 조직을 슬림화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실 슬림화가 아닌 사유화가 되고 있다”며 “사적인 관계에 의한 비선이 공무에 개입하게 되면 국정은 사유화되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 국민의힘, 논란 진화하며 ‘대응 방안’ 고심

국민의힘은 이러한 논란을 최소화하는 데 부심이다. 민주당이 김 여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흠집 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김 여사는) 과거 부인들을 보면 조용한 내조를 하는 것”이라며 “김 여사만 나오면 대선 때부터 과도하게 공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공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태 진화에 힘을 쏟고 있다지만, ‘방관할 수 없다’는 기류도 역력하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김 여사가 ‘사적 소통’을 중시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 여사가 대통령실에서 찍은 사진을 팬클럽에 공개하며 논란이 일었던 것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적인 경로로 정보가 유통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다만 방법론을 두고선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제2부속실’이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다. 임기 초 공약을 물릴 경우 국정 주도권을 잃게 된다는 우려도 묻어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제2부속실 설치는 공약 파기기에 그건 가급적 하지 않는 게 맞다”며 “부활하지 않더라도 대통령 부인의 공적 활동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야당은 연일 ‘제2부속실’ 부활을 압박하고 나섰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시스템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이런 행태가 나중에 큰 사고의 씨앗이 된다”며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일은 사과하고 제2부속실을 만들어서 제대로 서포트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재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현실에 맞게 맞춰 나가는 게 오히려 국민들이 편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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