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성남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성남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집권 내 청사진을 발표하자 ‘MB노믹스’를 계승한 ‘윤노믹스’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주도 경제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고, 그 중에서도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의 경제정책을 연상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등 조세 규정을 수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춘 지 14년 만의 법인세 감면이다.

아울러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30% 인하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고, ‘농수산식품 물가 안정 대응반‘을 설치해 주요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 수급 동향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위기일수록 민간·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복합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민주당 “이미 실패한 정책의 재연”

당선인 시절부터 윤 대통령의 주위에 MB정부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는 만큼, MB노믹스가 재연될 것이라는 예측은 있어왔다. 

MB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고,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적용받는 기업이 1% 남짓에 그쳤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민주당은 완전히 엉뚱한 처방이라고 분개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고물가·고금리·고유가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는 엉뚱한 처방이고 결국 그나마 돈 버는 재벌·대기업에 편향된 정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꺼내든 첫 처방은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대책이다. 인기 없이 흘러간 유행가를 또 틀기 시작한 것이다”며 “중소기업 등 전체 기업 절반은 영업이익 없어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정부의 법인세 인하는 삼성 등 재벌 대기업에 강제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언급하며 “법인세 인하로 세수가 줄면 무슨 재원으로 서민,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상황 진단과 정책 방향은 첫 단추부터 완전히 어긋나 있다”며 “실패로 끝난 MB(이명박) 정책 시즌2를 만들거나 박근혜 정부의 무능한 전철을 제발 밟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또 “미국발 긴축 공포로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는 비상 상황에서도 정부는 출범 한 달이 넘도록 물가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있다”며 “고물가를 해결할 리더십과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실제 정책내용을 들여다보면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경제정책으로 회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른바 ‘MB시즌’”이라며 “포장지만 바꿔 소수의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정책방향을 지금이라도 수정하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간언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3기 원내대표단이 15일 오전 물가폭등 점검현장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영등포구 농협하나로마트 여의대방로점을 찾아 과일 코너 직원으로부터 과일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3기 원내대표단이 15일 오전 물가폭등 점검현장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영등포구 농협하나로마트 여의대방로점을 찾아 과일 코너 직원으로부터 과일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린 국민의힘

반면 정부여당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어제 당정 협의회에서 민생경제에 큰 부담이 될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으나, 현재로서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강행으로 전기요금이 40% 인상될 수 있다는 산업부보고서를 묵살했다. 문 전 대통령은 탈원전을 하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며 국민을 안심시켰지만 거짓말이었다”며 “문재인 정권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의 결과다”고 전 정부로 탓을 돌렸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이 원인이라고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역시 지난 정권 정책 실패로 인한 물가상승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새 정부 탓만 하는 유체 이탈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회 공백이 계속된다면, 여야 모두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당은 조속히 원 구성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같은날 ‘물가 및 민생안전 특별위원회의’를 개최하고 비상경제대응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15일 오전 물가폭등 점검현장방문의 일환으로 시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양당 모두 경제 위기 상황에 공감하고 있지만, 야당은 현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하고 여당은 그 탓을 전임 정부로 돌리고 있다.

정부도 몸을 한껏 낮추고 민생 안정과 물가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여야의 대치로 인한 국회의 협조 없이 정부의 힘만으로 3고(고유가·고금리·고물가)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