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시대의 상징으로 불렸던 가상화폐(cryptocurrency)의 가격이 국제 정세의 불안과 가치 불안정에 따라 대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디지털 금’ ‘탈중앙화’ ‘금융계의 혁신’ 등 온갖 ‘좋은’ 수식어가 따라붙던 가상화폐(cryptocurrency)의 가격이 대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마련과 동시에 투자자들에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 국제 정세 불안에 가상화폐 시장 폭락… 비트코인, 2만 달러 붕괴 ‘코앞’

가상화폐 시장은 이달 들어 끝없는 폭락 추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17일 디지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오전 10시 기준 개당 2,700만원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8,270만원까지 급등했던 가격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거의 70% 가까이 폭락한 셈이다.

대장주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비트코인에 이어 ‘제2의 대장주’로 불렸던 이더리움은 지난해 11월 600만원에 육박했던 가격이 76% 떨어지며 144만원대로 하락했다. 지난해 테슬라 CEO 일론머스크로 세간의 관심을 끌며 880원대까지 가격이 치솟았던 도지코인도 가격이 90% 넘게 떨어지며 70원대까지 추락했다. 

17일 디지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오전 10시 기준 개당 2,700만원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8,270만원까지 급등했던 가격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거의 70% 가까이 폭락한 셈이다.  테슬라 CEO 일론머스크로 세간의 관심을 끌며 880원대까지 가격이 치솟았던 도지코인도 가격이 90% 넘게 떨어지며 70원대까지 추락했다./ 업비트 홈페이지 캡처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난해에 비해 70~90%까지 가상화폐들의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의 불안과 40여년 만에 미국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 등에 불안정한 자산이라고 평가받는 가상화폐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도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 최고경영자(CEO)은 자신 블로그 포스트에서 “전 세계적으로 10년 이상의 호황 이후 경기 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침체는 또 다른 암호화폐 겨울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루나(LUNA)코인 폭락 사건’도 가상화폐 시장의 대공황을 가져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가상화폐가 가진 가치의 불확실성을 수면 위로 드러내며 투자자들의 ‘패닉셀(공황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가치 불안정도 문제… “거품 꺼질 수 있어”

여기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순간이 오면서 가격 폭락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최근 발생한 ‘루나(LUNA)코인 폭락 사건’도 가상화폐 시장의 대공황을 가져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가상화폐가 가진 가치의 불확실성을 수면 위로 드러내며 투자자들의 ‘패닉셀(공황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게이츠는 14일 테크크런치 토크 행사에서 ‘더 큰 바보 이론(greater-fool theory)’에 빗대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더 큰 바보 이론은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의 어떤 자산 및 상품이 현재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다 하더라도 자기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할 누군가가 있다는 기대에 투자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이때 가치에 대한 믿음의 순환이 끊어지는 경우, 즉 투자자들이 상품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발생할 경우, 너도나도 상품을 팔아치우기 시작하게 된다. 이로 인해 상품의 판매 가격은 점점 더 하락하게 되고, 이는 곧 공황 매도의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언론사 BBC의 조이 클라인먼은 “지난달 테라-루나가 붕괴하면서 시장 전반의 신뢰도에도 타격이 있었다”며 “이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판매하겠다고 나섰고, 이로 인해 비트코인의 가격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팔려는 사람이 많을수록 비트코인의 가치는 떨어진다”며 “비트코인의 가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를 원하는가에 달렸다. 즉,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내려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팔겠다고 나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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