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극장업계가 최근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연이은 영화관람료 인상으로 싸늘한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극장업계가 최근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연이은 영화관람료 인상으로 싸늘한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극장가 또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때마침 한국 감독과 배우가 동시에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고, 해당 영화들을 비롯한 여러 기대작들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어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시기에 또 다시 전해진 영화관람료 인상 소식이 국내 영화산업 전반의 재기 행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 모처럼 찾아온 활기… 관람료 인상으로 찬물?

극장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 업종 중 하나다. 밀폐된 다중이용시설이다 보니 방역에 취약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사태 초기부터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후에도 영화 제작 및 개봉 자체가 큰 차질을 빚고, 방역 수칙에 따른 제한으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다.

이에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3사인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심각한 경영 위기를 피할 수 없었고, 생사의 기로를 마주해야 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2년여의 기간 동안 대대적인 구조조정 및 비용 절감, 각종 재무 조치 등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기에 급급했던 이들 3사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지난 4월을 기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면서, 극장가 역시 다시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때마침 개봉한 ‘닥더스트레인지2’와 ‘범죄도시2’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극장 3사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중 ‘범죄도시2’는 이미 1,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상태다.

향후 전망 또한 밝다. 우리 영화계는 지난달 열린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 배우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중 지난 8일 개봉한 ‘브로커’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헤어질 결심’은 이달 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가오는 여름 성수기에도 흥행 기대작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7월엔 역대 국내 최다관객 동원작인 ‘명량’의 후속작인 ‘한산’이, 8월엔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비상선언’이 개봉할 예정이다.

이처럼 극장가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전망 또한 밝은 가운데, 한편으론 관객들을 씁쓸하게 만드는 소식도 또 다시 전해졌다.

롯데시네마를 운영 중인 롯데컬처웍스는 최근 다음달 1일부터 영화관람료를 일반·특별 상영관 모두 1,000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롯데시네마의 2D 일반영화 관람료는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으로 오르게 된다.

롯데시네마 측은 이번 가격 인상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최근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누적된 여파로 인해 여전히 심각한 재무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극장업계의 릴레이 가격 인상이 모처럼 찾아온 활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멀티플렉스 극장 3사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연이어 영화관람료 인상을 단행해오고 있다. 2020년 10월 CGV가 인상을 실시하자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도 얼마 뒤인 11월과 12월부터 영화관람료를 인상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CGV는 지난해 4월 영화관람료를 재차 인상했고,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도 역시 지난해 7월 인상을 단행했다. 

이 같은 행보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CGV가 지난 4월 또 한 차례 영화관람료 인상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에 롯데시네마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와 관련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은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나치게 빈번한 가격 인상으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끊길 경우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이나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이어 인상된 가격으로 인해 관객들이 감소하거나 회복세가 주춤해질 경우, 극장업계 전반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더욱이 멀티플렉스 극장 3사는 지난 5월 초 관객이 급증하면서 인력부족에 따른 심각한 서비스 문제를 드러낸 바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OTT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문화콘텐츠 소비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극장업계가 관객들의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극장업계 부활 여부는 여름 성수기 및 추석 명절이 있는 가을의 성과, 그리고 코로나19 재유행 변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릴레이 가격 인상에 따른 싸늘한 시선을 딛고 제 궤도를 찾아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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