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노사관계가 우려했던 대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임금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노사 사이에 폭력 논란이 불거지는 등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사측은 최근 노조 조합원들이 공장 설비 가동을 중지시키고 사측 관계자들을 집단폭행했다며, 경찰 수사 의뢰 및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사측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오히려 사측 관계자들이 노조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이 서로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타이어의 예사롭지 않은 노사관계는 이미 우려됐던 바다. 2020년까지만 해도 한국타이어는 창립 및 노조 설립 이래 단 한 차례도 파업이 없었던 무분규 사업장이었다. 다만, 일각에선 어용노조라는 지적과 노사의 유착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타이어는 극심한 노사갈등을 드러내며 사상 첫 파업사태를 겪었다. 노조위원장 선거가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변경된 후 처음 출범한 집행부가 임단협을 두고 사측과 갈등을 벌인 끝에 파업에 이른 것이다. 이는 임금 등에 대해 노조 내부에서 오랜 기간 쌓여왔던 불만이 폭발한 측면이 컸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한국타이어의 사상 첫 파업은 20일을 넘겨 장기화 양상을 보였으나, 해를 넘기지 않고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더 큰 파문이 발생했다. 노조위원장의 직권조인으로 임단협이 타결되면서 노조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해당 노조위원장은 해임됐고, 한국타이어 노조는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오랜 세월 제 1노조로 군림해온 한국노총 산하 노조는 조합원들이 대거 이탈한 반면, 제 2노조였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는 세를 키웠다. 그 결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가 제 1노조 지위를 확보해 올해부터 사측과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에 한국타이어의 노사관계는 올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노조에 비해 강성으로 분류되는 노조가 교섭에 나서게 된데다, 그동안 노조 조합원들 사이에 쌓인 불만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이번에 불거진 폭력 논란으로 서서히 표출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타이어의 올해 임단협이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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