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요 산업 분야 중 하나인 에너지 산업 분야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리나라 주요 산업 분야 중 하나인 에너지 산업에 위기가 도래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값싼 물량과 정부 주도 하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에너지업계에 산업 시장 전반이 장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손곱히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산업에서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흔들리는 원전 산업… 매출·점유율 큰 폭 하락보여

먼저 중국에게 가장 크게 위협받고 있는 국내 에너지 산업 분야는 ‘원자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23일 발표한 ‘재생에너지 산업 밸류체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원자력 발전량에서 중국의 발전 비중은 2015년 4위(6.6%)에서 2020년 2위(13.5%)로 상승했다. 

반면 세계 최대의 원자력 강국으로 꼽혔던 우리나라의 경우 발전량 점유율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추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국과 우리나라의 세계 원자력 발전량 점유율은 각각 6.6%, 6.4%로 점유율 차이는 0.2%p에 불과했으나 2020년 들어서는 7.9%, 6.0%로 1.9%p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국내 원자력 관련 산업 매출은 지난 5년 동안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전남 영광군 홍농읍 한빛원전 모습./ 뉴시스

또한 국내 원자력 관련 산업 매출도 지난 5년 동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관련 공급업체 매출액은 지난 2015년 기준 5조3,555억원이었으나 2020년 4조573억원 수준으로 24% 넘게 하락했다. 

특히 해외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는데, 공급업체 및 연구공공기관의 해외 매출액은 2015년 기준 2조1,542억원 수준에서 2020년 5,025억원으로 거의 77%나 줄어들었다.

전경련 측은 “국내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원자력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2020년 기준 6.5%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 생태계 회복의 필수 과제로 신한울 3, 4호기 원전의 즉각 건설 재개 등 산업계의 조속한 일감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자력 발전 산업 분야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산업 분야 역시 중국에 크게 밀리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가장 공을 들인 재생에너지 분야 중 하나인 태양광 발전 분야는 중국 기업들의 독점현상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픽사베이

◇ 태양광·풍력도 중국 독점 우려… 국내기업 성장기반 마련 필요

아울러 원자력 발전 산업 분야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산업 분야 역시 중국에 크게 밀리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가장 공을 들인 재생에너지 분야 중 하나인 태양광 발전 분야는 중국 기업들의 독점현상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시장조사기관 Bernreuter의 자료를 전경련에서 인용한 바에 따르면 태양광 핵부품들 중 △폴리실리콘 (63%) △셀(79%) △모듈(71%)는 중국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각각 60~80%를 차지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시스템 구축의 필수 부자재인 ‘잉곳’과 ‘웨이퍼’의 경우엔 각각 95%, 97%가 중국산이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풍력 산업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풍력 발전용 터빈 제조사 현황을 보면 글로벌 상위 기업 10개 사 중 6개 사가 중국기업이었다. 중국을 제외한 기업은 덴마크와 스페인, 미국, 독일뿐으로 우리나라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독점이 심해짐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지난 2월 LG전자는 12년 만에 태양광 패널 사업을 철수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태양광 패널의 물량공세에 밀린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실제로 지난 2월 LG전자는 12년 만에 태양광 패널 사업을 철수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식적으로 LG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라고 사업 철수 이유를 밝혔다. 이는 성과가 불분명한 태양광 대신 핵심 사업과 미래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의 김지산 연구원도 2월 발표한 ‘LG전자-태양광 중단, 사업 포트폴리오 효율화의 완성’ 리포트를 통해 “폴리실리콘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중국 경쟁사들 주도로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며 “LG전자는 고출력, 고효율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했지만, 1%대의 낮은 시장점유율에 머물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의 에너지 산업 분야의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도 “최근 몇 년간 대대적인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중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급성장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세액공제비율 향상 등 기업 지원정책 개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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