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이 HMM 지분을 대거 확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이 HMM 지분을 대거 확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M&A의 귀재’로 불리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예사롭지 않은 행보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 지분을 확보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인수설과 실제 인수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 등이 교차하며 그의 속내를 향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 HMM 지분 대거 확보… 실제 인수는 부담 커

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의 계열사인 SM상선은 최근 보유 중인 HMM 지분이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5%를 넘겼다며 이를 공시했다. 보유 중인 지분은 총 5.52%이며, SM그룹의 다른 계열사와 우오현 회장 및 그의 장남인 우기원 우방 전무는 물론 계열사 임원들까지 특별관계자로 이름을 올려 더욱 눈길을 끈다.

구체적인 지분 보유 현황은 △SM상선 1,647만7,790주(3.37%) △대한상선 235만5,221주(0.48%) △SM하이플러스 203만8,978주(0.42%) △우방 109만2,315주(0.22%) △STX건설 105만6,000주 △대한해운 71만5,000주(0.15%) △삼환기업 70만주(0.14%) △티케이케미칼 44만437주(0.09%) △삼라 32만8,269주(0.07%) △SM인더스트리(18만5,209주) △동아건설산업 16만8,000주(0.03%) △경남기업 11만2,934주(0.02%) △우오현 SM그룹 회장 128만7,300주(0.26%) 그리고 우기원 우방 전무와 5명의 계열사 임원들이 각각 1,170주~1만9,220주다.

SM그룹 측이 이 같은 지분 확보에 투입한 자금은 총 8,350억원에 달한다.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한 SM상선의 경우 4,851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오현 회장이 들인 사재도 381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SM그룹은 HMM 3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HMM은 20.69%의 지분을 보유 중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고, 해양진흥공사가 19.96%의 지분으로 2대주주에 올라있다. 기존 3대주주였던 신용보증기금(5.02%)은 그 자리를 SM그룹에게 내주게 됐다.

SM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자연스레 인수설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SM그룹이 ‘M&A의 귀재’라 불리는 우오현 회장의 적극적인 기업인수를 통해 사세를 키워왔다는 점에서 인수설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SM그룹 측은 HMM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주식투자 차원에서 시세차익을 노려 지분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5월 5만원을 넘기기도 했던 HMM 주가는 현재 2만5,000원대에 형성돼있고, 당분간 전망도 밝은 편에 속한다. 또한 채권단 체제 속에서 12조원이 넘는 유동자산을 확보 중이다. 

하지만 투입된 자금의 규모가 8,000억원을 훌쩍 넘는데다 주요 계열사들은 물론 오너일가와 계열사 임원들까지 지분 확보에 총 동원된 만큼 ‘단순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시선도 가시지 않는다.

한편으론, SM그룹의 HMM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우선, HMM 인수는 기본적으로 1·2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매각 의지가 있어야 성사될 수 있다. 

산업은행은 2016년 당시 해운업계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에 빠져있던 HMM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HMM은 최근 업계가 다시 호황을 맞으면서 지난해 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물론, 올해부터 HMM을 단독관리 중인 해양진흥공사 입장에서도 매각이 시급하진 않다. 더욱이 산업은행은 현재 새 정부 들어 회장이 교체되면서 본점 이전 등을 놓고 뒤숭숭한 상황이기도 하다.

HMM의 덩치도 문제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SM그룹은 13조7,000억원의 자산총액으로 재계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그룹 차원에서 확보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7,000억원대로 파악된다. 

그런데 HMM의 자산총액은 SM그룹보다 많은 17조8,000억원이었으며, 시가총액은 현재 12조원대에 이른다.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지분만 매입하려고 해도 2조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해양진흥공사까지 더하면 필요한 자금이 5조원을 훌쩍 넘긴다. 뿐만 아니다. 영구채까지 상환하기 위해선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제 아무리 우오현 회장이라 해도, 인수를 위해 감당해야할 부담이 현실적으로 너무 크다.

이처럼 SM그룹의 HMM 지분 확보를 향한 물음표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 진짜 이유는 우오현 회장만 알 것으로 보인다. 

결국 SM그룹이 HMM 지분을 확보하고 나선 진짜는 현재로선 우오현 회장만이 아는 상황이다. 그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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