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30일 양일간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출국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동안 체코·영국·핀란드·캐나다 등 9개국 정상을 만날 뿐 아니라 한미일 정상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은 낮다. 사실상 무산이라 볼 수 있다. 

◇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 '희박'

대통령실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나토 순방 기간 중 한일 정상 간 양자회담 뿐 아니라 ‘풀 어사이드’(약식회담)도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한일 풀 어사이드가 열리지 않는 데 대해 “풀 어사이드 하면 (양국 정상이) 서서 얘기하려 해도 (회담) 주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윤 대통령의 나토 일정이 꽉 차 있는 점이 한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동안 9건의 양자 회담, 2건의 국왕 면담, 1건의 다자회담(한미일), 1건의 경제협력 논의(한·스페인) 등 14개의 일정이 확정된 상태다. 이 관계자 역시 “(확정된 일정 외에) 별도의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한일 정상회담은) 열릴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안이다. 이 관계자는 “한미일 간에는 안보 현안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7월) 참의원 선거 이전에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구체적으로 얘길 나눠본 적이 없다. 서로 잘해보자는 얘기만 했다”며 “(풀 어사이드로) 서서 만나면 언론에 대답할 게 있어야 할 텐데, 대답할 게 없으면 안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일본 역시 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현 시점에서는 양자 회담 예정이 없다”면서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 모두 순방 직전 정상회담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 일본 참의원 선거에 발목잡힌 한일 정상 

당초 우리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 뿐 아니라 풀 어사이드 개최를 적극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출범한 데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한 바 있어,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풀 어사이드조차 열리지 않은 것은 일본 상황 때문이다. 

일본은 내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선거 전에 예민한 현안을 미루고 싶은 모양새다. 특히 일본은 강제징용 등 현안에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우리 정부는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7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나토에서) 약식회담도 안 잡혀 있다는 것은 한일 관계 개선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 때문에 염려가 된다“면서 “지금 현재는 한일 정상이 냉랭하게 나토로 출발하지만, 현지에 가서는 약 30분 약식회담이라도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 이후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김포-하네다 노선이 재개되는 것을 그 신호로 보는 듯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월 일본 선거 이후 한일 외교장관 회담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후 실무레벨에서 강제징용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 현안을 협의할 모멘텀이 마련되고, 중단된 한일 셔틀 정상외교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일 관계에 문제는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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