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왼쪽) 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비공개 면담에 앞서 취재진에게 '대통령기록물 공개' 요청안을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서해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왼쪽) 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비공개 면담에 앞서 취재진에게 '대통령기록물 공개' 요청안을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정치 공세화 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 팀장은 육군 대장 출신의 김병주 의원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피살 공무원 유가족과 면담을 가지기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하태경 의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 측이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대응하고, 사실 왜곡이 많은 것 같다”며 “당내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TF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꽤 오래 인내해왔는데, 대응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육군 대장 출신 김병주 의원을 팀장으로 하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의 윤건영 의원, 황희 의원, 국정원 출신의 김병기 의원 등 당내 정통한 인사를 중심으로 (TF를)구성하겠다”고 밝혔다.

◇ 민주당 “SI‧대통령 기록물 공개하라”

앞서 국민의힘이 먼저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를 만들고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특위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우 위원장은 “특정 사건 하나를 가지고 특위를 만든 건 전례가 없는 것 같다. 정략적 공격의 틀을 키우겠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아무리 봐도 여당 의원같지 않다”며 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을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이를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월북 조작’이라며 대통령 기록물 공개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는 특별취급정보(SI) 공개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일관되게 당시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가 월북했다는 자료가 충분했던만큼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취득한 SI 등을 얼마든지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책연구기관 4곳의 조류·해류 분석 결과, 인위적 노력 없이는 도저히 (북에) 갈 수 없다고 본 것이 (월북 판단의) 주요한 근거다”며 윤 정부가 이를 공개하라고 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국민의힘이 정식으로 제안하면 대통령기록물도 열람할 수 있고 SI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 같이 민주당이 기록물 공개를 반대하지 않는 것은 여당의 주장이 ‘정치 공세’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하 의원의 청와대 배후설에도 “당시 비공개 국방위 회의 등에 참석해 경과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국민의힘 한기호 국방위 간사가 ‘월북으로 보인다’라고 발언한 사실을 알고 있는 하 의원이 단기 기억 상실에 걸린 것처럼 황당하게 주장하는 이유가 찜찜하다”며 “당시 SI가 담긴 국회 비공개 회의록을 공개하자. 민주당은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 우상호 “정치 쟁점화 안타까워”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이씨의 유족과 직접 면담도 가졌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 씨와 김기윤 변호사는 우상호 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와 만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내 태스크포스(TF)의 1호 과제로 대통령 기록물 공개의 국회 의결을 해달라고 건의할 것”이라며 “7월 4일까지 기록물 공개를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거나, 7월 13일까지 국회 의결이 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고발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와 유족 측은 1시간여 가량 면담을 가졌고, 면담 내용 공개 여부를 두고 설전이 오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처음에 회의 공개를 부탁했고, 그에 대해 우 위원장이 ‘언론플레이 하지 말라’고 말했다”면서도 “관련 발언에 대해 제가 바로 따지니 우 위원장이 사과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왜 언론을 부르지 않느냐고 소리지르길래 ‘왜 소리지르시느냐. 언론플레이 하시려고 하느냐’고 한 마디 했다”며 “언론플레이라는 말을 쓴다고 화를 내시길래 묵묵히 들었다. 유족이 원하는 것을 청취하는 게 목적이라 주로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 고발 압박에 대해 그는 “시한까지 정해서 올 줄은 몰랐는데 대통령 고발부터 말씀하셔서 당황했다”며 “유족이야 그런 요청을 할 수 있지만 당은 당대로 스케줄이 있으니 오늘 구성된 당내 TF에서 유족이 전달한 내용을 검토하고 상의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오섭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우 위원장의 '언론플레이' 발언은 다른 의도였는데, 듣는 분이 달리 들었다면 말한 사람이 잘못 전달한 것인 만큼 바로 사과하셨다”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이런 부분이 정치 쟁점화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셨다”고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유족을 직접 면담한 것에 관해서도 정보 공개 동의와 같은 정면대응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족의 요구를 직접 듣고, 자료 공개에 반대하지 않으면서 지난 문재인 정부의 판단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윤건영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월북 정황 4가지를 제시하며 “청와대가 당시 보고받았던 원천 소스는 군과 해경이 조사한 정보자료와 조사자료다”며 “복잡한 절차나 어렵게 대통령기록물을 볼 것이 아니라 군과 해경의 자료를 보면 된다. 굳이 국회 2/3이상 동의를 얻을 필요 없다. 윤석열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기록물 공개를 운운하는 것은 진상규명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는 방증”이라며 “결국 정치적 공세가 주목적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이번 사건을 ‘정치 공세’로 규정한 만큼 집권여당의 자료 공개 요구에 SI 동시 공개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여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TF 차원의 반박으로 응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SI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정부와 여당이 부담을 가지고 실제로 정보 공개까지 진행시키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금 공개할만한 자료가 없을 것”이라며 “현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전임 정부를 공격해 시선을 돌리려는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